사진을 항상 남다르게 찍었던 아이
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30-
"선생님 이 사진 어때요?"
소명이는 평범한 자세로 사진을 찍는 일이 거의 없다. 납작 엎드린 자세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카메라를 흔들면서 촬영하는 등 무언가 색다른 사진을 얻기 위해 기묘한 자세로 촬영을 한다.
초등학생 소명이가 찍은 사진 -소용돌이-색다른 시도로 촬영한 소명이의 사진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단풍나무 아래서 카메라를 회전시키며 촬영한 '소용돌이'사진이 그러한 경우였다. 하늘과 맞닿은 나무의 끝이 중심이 되어 울긋불긋한 단풍이 소용돌이의 궤적으로 담긴 사진이었다. 새로운 시도도 좋았지만 명확하게 찍힌 중심 덕분에 미적인 구성까지도 높다고 판단되어 소명이에게 이 사진을 전시회에 출품하자고 이야기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아이들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일기를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가장 사진을 열심히 올리는 아이는 단연 소명이었다. 워낙 색다른 시도의 사진이 많아서 무엇을 의도하고 찍었는지 파악하기 힘든 사진도 많았지만 그 열정만은 항상 칭찬해주었다.
소명이가 찍은 사진들 중에서 난 그림자 사진을 좋아한다. 소명이가 누군가와 같이 찍은 그림자 사진의 주인공은 소명이 아버지가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본다. 소명이 아버지는 종종 오토바이 뒷자리에 소명이를 태우고 학교로 오시곤 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전벨트를 아버지 허리춤에 꼭 감고 다녔던 소명이 모습을 생각하면 소명이의 아버지도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흐트러진 반영에 자신의 모습을 찍은 소명이 사진은 혼란한 자화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6학년 소명이도 내가 몰랐을 고민으로 그 시절 마음에 큰 파도를 안고 지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지막 키다리 그림자 사진을 보며 걱정을 위로한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길게 나온 그림자는 마치 그처럼 성장하고 싶다는 소명이의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기다란 그림자는 나의 마음까지 닿아 졸업한 소명이가 지금 멋지게 자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이 사진은 참 따뜻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