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연작

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29-

by 윤성민

"선생님... 사진 제목을 못 정하겠어요..."

선재는 서울 전시회에 출품할 사진 제목을 두고 고심하고 있었다. 사진은 마음에 쏙 드는데 그에 걸맞은 멋진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진 제목은 꼭 본인이 짓도록 지도하지만 선재가 힘들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약간의 내 생각을 전해주었다.

"선재야 그리스 신화 잘 알지? 거기에 나오는 불꽃 이름이 어울릴 것 같은데?"

"아 아~ 그거 알 것 같아요~뭐였더라..."

선재는 쉽게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도 마음이 많이 약해져 내가 생각한 제목의 전부를 말해주고 말았다.

"프로메테우스의 불꽃. 어때?"

"오 마음에 들어요!"

초등학생인 선재가 촬영한 프로메테우스의 불꽃

선재는 '불꽃'사진을 연작으로 계속 촬영해왔다. 선재는 아궁이가 있는 마당 너른 집에 살기 때문에 장작 위로 타오르는 다양한 모습의 불꽃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사진을 촬영하고 난 후 보정을 통해 암부를 더욱 어둡게 하여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나게 하는 것도 선재 오롯이 혼자만의 터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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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선재의 불꽃 연작


느린 셔터스피드와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서 찍은 작품 '빛의 실타래'는 선재의 두 번째 출품작이었다.

실타래처럼 엮어진 빛의 계적이라는 우연적 요소 아래에는 선재의 호기심과 실험정신이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사진이 마음에 들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촬영을 시도했을 선재의 모습이 담임인 내 머릿속에는 사진에 새겨진 불꽃의 색깔처럼 선명하게 그려졌다.

선재가 촬영한 빛의 실타래

여태 사진의 주제를 못 정한 내 손가락이 셔터 위에서 서성이며 방황할 때 선재는 벌써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설레는 마음과 기대에 대한 확신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 확신은 불꽃만큼 강렬하고 뜨거웠고 나와 함께한 6학년 일 년의 시절 내내 활활 타올랐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선재의 불꽃은 내가 모르는 어딘가로 옮겨 붙어 나와 함께했던 그 시절보다 더욱 크게 활활 불타오르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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