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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mono Jan 07. 2020

평범한 일상에서 찾은 특별한 일상, 영화 <패터슨>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은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인 패터슨의 직업은 '버스 드라이버'다.

뉴저지 패터슨이라는 도시에서

버스 드라이버로 일하는 패터슨은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낸다.

이 영화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90%다.


월요일 아침, 패터슨은 6시 10분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아내가 준비해 준 런치박스를 들고 출근한다.

버스 운행을 마치고 퇴근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반려견을 산책시킨다.

 산책길에는 단골 바에서 맥주 한 잔을 한다.

 다음날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또 하루의 일상을 보낸다.


일주일이 지나 월요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주인공.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Photo by Марьян Блан | @marjanblan on Unsplash


그러나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르다.


하루는 퇴근하는 길에 만난 꼬마 시인이 시를 읽어 주고,

또 어떤 날에는 산책길에 개도둑을 조심하라는 젊은이들도 만나고, 또 언젠가는 빨래방에서 랩을 연습하는 래퍼를 만나 응원해 준다.

그리고 버스를 운행하면서 우연히 들은 승객들의 이야기,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성냥갑, 버스 밖 풍경, 바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 등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시를 쓴다.


 시리얼을 먹는 식탁에서,

 버스 출발 전 운전석에서,

 점심시간 폭포 앞 벤치에서,

퇴근 후 지저분한 지하실의 작은 책상에서

 자신만의 비밀노트에

틈틈이 시를 쓴다.


이렇게 쓴 시는 아내에게만 읽어 주는데

아내는 “자긴 훌륭한 시인이야”라고 하며

시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패터슨은 그저 묵묵히 비밀 노트에 시를 쓸 뿐이다.

Photo by Brad Neathery on Unsplash

누군가 패터슨에게 시를 쓰냐고 물어보면 그는 그냥 버스 드라이버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패터슨이 좋아하는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도 의사이자 시인이었듯 패터슨 자신도 버스 드라이버이자 시인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날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폭포 앞 벤치에서 만난 일본인 시인은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를 좋아해서 그의 고향에 여행을 왔다고 말하고는 새 노트를 선물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Great Falls Park, Paterson, USA.     Photo by Kevin Jarrett on Unsplash
때론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
아하!


Photo by Baron Fig on Unsplash

어제도 오늘도 같은 일상을 사는 것 같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아하’하고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 순간들은 반복되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쓴 허혁 작가도,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쓴 김예지 일러스트레이터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평범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특별한 일상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는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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