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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호 Nov 21. 2021

교촌 비싸서 못먹겠다고?

오늘 저녁은 레드콤보다



교촌은 뭔가 특별하다. 다른 치킨 체인에 비해 양이 적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도리어 남기지 않고 그자리에서 다 먹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 먹고 나서 속이 거북하지도 않고 먹는 순간 맛도 가장 좋다. 브랜드가 가진 힘이 스타벅스를 떠올리게 한다. 업계 선두의 프리미엄이 느껴진다.




이달 초쯤, 원래 2000원이었던 배달비가 3000원으로 슬그머니 오른 것을 보았다. 그러려니 하고 레드콤보 시켜 먹었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 기사에서 교촌치킨의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을 접했다. 18000원이던 레드콤보가 이제 20000원이다. 원래 배달비까지 합해 20000원에 먹던 치킨을 이젠 23000원에 먹어야 하는 셈인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기사 댓글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리무진타고 배달오나? 배달비가 왜이렇게 비쌈"

"생닭값이 얼만데, 원가 생각하면 그냥 강도네"

"치킨집이 여기밖에 없는것도 아니고, 관심없다"

"제발 다른분들 먹지마세요 불매합시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부합되는 댓글들을 주로 인용하였다. 나도 기사에 댓글을 하나 달고 가려고 하다가 문득 오랫동안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브런치를 방치해 두었다는 데에 생각이 닿았고 결국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늘여서 쓰게 되었다. 즉 이 글의 목적은 오랜만에 새 글을 올리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고 싶다는 거고 그럴 때에는 시의성이 가장 중요하다. 22일부터 가격이 인상된다고 하니 글을 올리려면 지금이 적기다.




나는 경제학에 별다른 지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여론에 반박하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오히려 경제에 대한 이해 없이 내 생각대로만 쓴 글이기에 읽는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고 싶을 것이라 생각한다. 빈틈이 보여야 사람들이 뭐라도 댓글을 달아주지 않을까?




우선 배달비다. 예전 최저시급 3~4천원 하던 시절 내가 알바를 하던 기억을 떠올려 봤을 때 배달 라이더들은 그보다 더 많이 받았다. 현재 8720원이니 그들의 시급이 대략 10000원 정도라고 가정해봤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배달수요가 폭증해 배달대행업체 등에서 라이더들에게 높은 배달비를 보장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니 이보다 더 많이 받을 것 같다. 콜을 기다리다 가게로 가서 치킨을 인수하고 최종소비자에게 인계하기까지 20분이 걸린다고 봤을 때 한 건당 못해도 3333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 물론 라이더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계산 체계(아마도 건당 배달비)가 있겠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관계로 내 상식선에서 그들의 시급을 대략적으로 나누어 보았다. 업체 쪽에서 1~2000원, 내가 내는 3천원을 더해 건당 4~5천원 정도 받는다고 생각하면 계산이 대략 맞을 것 같다. 내가 뚜벅뚜벅 걸어가 직접 치킨을 수령해 돌아오는 시간과 수고로움 쪽으로 생각해 봐도 3000원이 과도하게 비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제 치킨값이다. 우선 여기서도 최저시급 이야기를 좀 더 해야겠다. 최저시급은 그 시급을 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인건비를 상승시킨다.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인상된 최저시급을 보장해 주자면 기존 직원들도 올려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최저시급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힘들다는 기사가 뜨면 '그정도도 올려줄 형편이 안되면 사업을 접으라'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단순히 직원 한두 명 시급이 오르는 정도로 그 여파가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촌치킨을 예로 들면 본사 직원들의 인건비도 오르고, 치킨 박스 제조업체 직원들 급여도 오르고, 치킨무 만드는 인원들 자재 납품하는 사람들 등등 사업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의 비용이 다 증가한다고 봐야한다. 점주 입장에서 직원 2사람 월급으로 380만원 쓰던거 420만원 줘야 하니 단순히 40만원 비용 증가로 그치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가게를 돌리는 데 연관된 모든 비용이 줄줄이 오르니 점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나비효과다.




그리고 치킨값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원가'다. 보통 '생닭'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공급과 수요다. 거기서 원가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1차적으로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레드콤보를 18000원에 내놨을 때 [사먹는사람 수 곱하기 18000원], 20000원에 내놨을 때 [예상되는 사먹는사람 수 곱하기 20000원] 을 해서 후자가 더 크다면 인상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또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일단 원가를 들먹이는 것부터 이해할 수 없지만) 왜 소비자들이 마음대로 교촌의 원가를 산정하고 그걸 토대로 비싸다고 욕을 하는가이다. 대충 생닭값이 한마리에 3000원이라고 치고 거기에 들어가는 양념값이 2000원쯤 한다고 치면 원가가 5천원이란다. 근데 이걸 20000원에 팔아먹으니 비싼건가? 하지만 여기서 중대한 것을 빼먹었다. 5000원의 재료비를 가지고 레드콤보의 맛을 낼 수 있기까지 교촌이 투입한 개발비가 얼마일까? 접히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재료값 및 제조 인건비가 50만원이 들었으면 원가가 50만 원인가? 갈려나간 삼성 엔지니어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가?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맛을 내기 위해 레시피를 연구하고, 5000원의 재료비로 그 맛을 낼 수 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자본이 투입되었을까. 이건 왜 원가에서 빼고 생각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 외 다른 댓글들은 사실 귀여운 수준인데, 나는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된다고 본다. 저렴한 시장통 치킨을 대신 먹겠다던가 직접 생닭을 사서 튀겨먹겠다는 사람은 나는 사실 부럽다. 그렇게 하고도 교촌을 시켜먹은 것과 같은, 혹은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 아닌가. 지금 내가 하고 있듯이 인터넷 공간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건 좋은 일이니 이번 가격 인상으로 교촌을 욕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단지 내 인식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루두루 들어보고 싶을 뿐이다.



오랫동안 마땅히 쓸 내용이 없어서 브런치를 내버려둔 게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모처럼 내 생각을 쓸 만한 이슈거리가 생겨서 반갑다. 뚜렷한 경제학적 근거 없이 내 생각대로 휘갈겨 쓴 글이니 간과한 부분도 오류도 많을 것 같은데, 위와 같은 댓글을 쓴 분들 중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거나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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