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번째 직장 면접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대학 졸업 후 첫 면접이었다. 나는 어머니께서 손수 사주신 은회색 정장을 입고는 미용실에서 머리손질까지 마치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 도착해 보니 손끝이 차가워질 정도로 긴장한 나머지 머릿속마저 멍해지는 것이었다. 면접장으로 들어갈 때는 이미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떨고 있었다.
한 면접관이 나를 보고는 정말 따뜻하게 웃으시면서 “찾아오는 데 힘들진 않았어요?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그러자 긴장이 이내 풀리면서 마음이 진정되었다. 면접 담당자께서는 일상적 질문으로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시고는 면접 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눈길로 나를 지켜봐 주셨다.
다른 면접관이 돌발 질문을 던져서 황당해하던 내게 그분은 힌트까지 주시며 질문에 답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면접이 끝날 때쯤에는 마음이 차분해졌고, 준비해왔던 자기소개까지 큰 탈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서 저렇게 차분하고 따뜻한 분들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몇 번의 추가 면접 끝에 최종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내 첫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다.
면접 때 느꼈던 대로 그곳은 인품이 훌륭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그곳에서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입사 후 몇 달 지나서 우리 부서의 수시채용을 진행할 때 업무 지원을 한 적이 있었다. 각 팀의 팀장님들이 모여서 이력서를 검토한 후 통과된 이력서를 주시면, 나는 그것들을 컴퓨터에 입력해 저장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담당 팀장님들께 이력서에서 어떤 요소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지에 대해, 서류심사에서 통과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해 여쭤보면서 채용과 인사 업무의 의미와 중요성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
나는 서류심사 통과자들에게 면접 일정을 통보하고 채용 과정을 지원하는 일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마침내 채용돼 입사한 후배 직원들이 직무 교육과 업무 배치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인사 업무에 눈뜨게 되었고, 예전에 나를 채용했던 팀장님의 입장에서 면접관들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사내의 면접 진행 과정에서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하는 인사말, 지원자를 안정시키기 위한 표현 등이 있었는데, 그 첫마디가 바로 “찾아오는 데 힘들지 않았어요?”라는 질문이었다. 첫 면접 때 나를 안심시키며 긴장을 해소해준 얘기들이 채용 면접 교과서에 그대로 나와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는 한편으로, 잘 짜인 매뉴얼로 전 직원을 교육시키고 채용 규정을 확실히 지켜서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회사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비결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매뉴얼이 존재한다고 해도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띠면서 지원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나를 면접한 면접관님의 지혜와 비법은 그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나도 그토록 바라 온 인사 담당자가 되었고, 면접관의 위치에서 면접을 볼 기회가 많아졌다. 나는 회사에 들어오려는 지원자들을 대할 때마다, 내 첫 번째 면접에서 긴장감을 가라앉혀주신 그분의 인자한 미소와 부드러운 인사말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그 회사에 대해 품게 되는 첫인상을 결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압박감을 주는 질문으로 지원자를 당황시키는 면접관도 간혹 있다. 그러나 사람은 당황했을 때보다 편안함을 느낄 때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지원자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지원자가 최상의 답변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내 첫 번째 면접에서 면접관님께서 보여주신 따뜻한 미소가 10여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나 또한 따뜻한 미소로 기억되는 면접관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