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강남역

by 엘리사벳


강남역 하면 떠오른 것은 밥벌이의 고단 함이다. 화려한 강남에서 나는 즐거웠던 추억보다는 직장인으로서 느꼈던 힘들고 지친 삶이 먼저 생각난다.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강남역에 회사가 자리했던 경우가 두 번 있었다. 처음에는 20대 시절인 신입사원 때였다. 그곳은 친구들과 함께 놀러 나오던 강남역과는 다른 의미의 강남역으로 내게 다가왔다. 햇병아리 회사원으로 사회생활을 하던 고단하면서도 어리바리했던 시절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다시 찾은 강남에서도 여전히 나는 직장인이다. 그때보다 연차가 높아지고 월급도 많아졌지만, 나는 변함없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남아있다. 신입일 때는 열심히 일하고 자연스럽게 경력이 쌓이면 강남에서 빌딩을 살 줄 알았는데…,

너무 큰 착각이었다. 화려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강남이라는 도심지에서 나는 여전히 일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아직도 구경꾼으로 살아갈 뿐이다. 강남에서 걱정 없이 돈을 쓸 수 있는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아이콘이 아니라 고단한 밥벌이를 위해 살아가는 수동적 직장인이란 생각이 들어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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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이 도시에서 당당한 소비의 주체로 우뚝 서지 못했을까?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걸까? 직장인은 10년을 일해도 내 작은 사무실이나마 마련할 수 없는 경제구조를 이제야 이해한 것일까? 아니면, 더 큰 부를 쌓겠다는 신념과 목표가 애초에 없었던 것일까? 나의 앞으로의 직장생활에서의 새로운 목표와 좌표를 점검해야 할 때이다.

직장으로서의 생활하는 강남을 돌아보면 힘든 일 투성이 이지만 그래도 내가 이곳에서 배우고 부대끼며 살면서 10년 전의 나보다는 분명 성장했을 거라고 믿는다.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 역시 강남에서 시작해야겠다. 이곳은 나를 키우고 울리고 성장시킨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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