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을 다녀온 다음 날도 나는 여전히 바빴다.
아이 둘을 돌보며 흘러가는 하루
엄마의 삶은 늘 그렇듯 똑같았다.
해야 할 일에 쫒기고,
아이의 요구에 맞춰 움직이고,
남편의 눈치를 살피고,
나 자신은 늘 '나중'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났다.
'아, 건강검진...'
그 단어가 떠오른건 정말 그냥 '문득'이었다.
큰 의미도, 긴 고민도 없었다.
건강검진 센터에 예약을 하고 다녀왔다.
가장 기본적인 국가 건강검진이었다.
자궁경부암 대상자였지만, 월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자궁 검사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래, 건강검진 받으랬으까, 이제 됬다.'
미루던 숙제를 끝난 기분으로 홀가분했다.
몇일 뒤 받게된 결과는
'정상입니다'
역시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또다시 점집에 갈 일이 생겼다.
이번엔 전혀 다른 질문을 가지고 간 자리였다.
건강은 잊고 있었다.
그저 '다른 문제'를 묻고자 갔을 뿐이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그분이 물었다.
"아직도 건강검진 안 받으셨어요?"
나는 조금 놀라면서 말했다.
"받았어요."
그런데 또 물었다.
"안 받은 데 없어요? 목.. 유방, 자궁 그쪽은요?"
나는 잠시 멈췄다.
그러고 보니, 그 세 군데는
이번에 검사를 하지 않은 곳이었다.
'목'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갑상선.
그 곳은 익숙한 이름이었다.
어릴 때부터 정기검사를 하던 부위였다.
다른 데가 아파서 병원에 가도 갈때마다
"혹시 갑상선 초음파 받아보셨어요?"라고 묻는 의사들.
그래서 예전에는 자주 받았다.
취업 전까지 꾸준히,
결과를 항상 정상이었다.
물혹이 많다는 이야기가 다였다.
어느 순간,
그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고,
바쁜 현실을 살아가면서
불필요하게 생각했다.
'정상'이라는 말을 너무 오래 믿었나 보다.
그 날 이후 마음이 찝찝했다.
다음 날 아침,
바로 초음파를 볼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전화했다.
첫 방문은 자궁이었다.
예전에 출산했던 산부인과였다.
검사 후,
의사는 약간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호르몬제를 처방했다.
그 약을 받는 순간,
'이 약을 먹기 전에, 갑상선을 먼저 봐야겠다.'
그래서 바로 갑상선 병원으로 향했다.
대기자가 적다는 말에
바로 달렸다.
그 날,
그 날이라는 것이 나에게 새겨졌다.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이 웃기는 이야기같다.
점집, 병원,
다시 점집, 다시 병원
갑상선이라는 단어가 날 따라다녔고,
그건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그 날,
검사대에 누워 초음파 기계가 내 목을 누를 때,
나는 아무 생각없이 천장을 바라봤다.
눈은 멍했고,
마음은 조용했지만,
어딘가 깊은 곳에서
작은 예감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무언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