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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여자 Apr 12. 2024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경험들이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무엇을 위해 한 경험일까? 되묻는 질문이 허탈함을 데리고 옵니다.


산부인과 검사를 수차례하고

한의원에서 침 맞고 뜸뜨고 한약 먹고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을 하고

심리 상담을 받고

기 치료, 정신 수양을 하고

adula를 만나고

식단 관리를 하고

끝도 없는 싸움을 하고

임신테스터기에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매월 시도와 실패를 하고

7-8년 달라질 것 없는 결과를 향해 돌고 또 돌고를 반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게 맞나? 하면서도 무슨 소리야 해야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해야지!

남편과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잖아 해야지!

부모님께 아이 없이 살겠다는 말 못 하지 해야지!

혹시 이번에는 다를 수 있잖아 해야지!

돈도 안 버는데 해야지!


지치고 지쳤다 어둠 속에 긴 터널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계속 걷는 그런 나날들을 지나왔다

빛이 보였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는 나날들이었다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습관적으로 시도를 한다

지치고 힘든 이 상황에서 감정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싸움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들다고 쏟아내는 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끝도 없는 터널을 그만 걷고 싶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내게 돌아오는 말은


“너는 간절하지 않아.”

“너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이게 뭐가 힘들다는 거야. 더 해.”


이렇게 살아온 끝이 결국 애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억울했다 밑도 끝도 없는 분노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다. 애 없는 삶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일이다.


난임 센터 상담 선생님께 전화를 하고는 엉엉 울었다. 선생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울었다.

“선생님, 애 없는 삶은 상상해 본 적도 없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애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        그러게요.. ”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나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물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에 수식어 빼고 온전히 나로 나의 삶을 무엇을 하며 살고 싶냐는 질문은 처음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애 낳으려도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나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네까짓것들이 뭔데 나의 삶을 너네들이 결정하는 건데. 뭣도 모르면서 남들 하는 거나 따라 하며 사는 주제에.


제일 먼저 남편을 벗어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을 벗어 버리고 싶었다


애 없는 여자에 이혼한 여자까지 붙이고 살 자신은 없었다

돈도 없었고

세상에 나가 나의 목소리를 낼 자신은 더 없었다

사회에서 사람들 틈에서 지쳐 내 안으로 들어왔다. 겨우 나를 회복했을 때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아이를 갖겠다고 애를 쓰고 매달 실패가 쌓이는 만큼 나도 나를 갈아버리고 있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내가 사라지는 게 싫었다.


결혼생활 10년 중에 8년은 거의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나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하지 않았다.

아이 없는 여자 뒤에 숨어 근근이 살아왔다. 나는 불쌍한 사람이다 그러니 건드리지도 말고 불쌍히 여겨 내버려두어라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나의 상태를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적었다 내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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