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는 변호사만 필요한가?

feat. 등원 전쟁

by 백홍

내가 한동안 즐겨봤던 드라마 “굿파트너”에서 나온 대사가 있다

베테랑 선임 변호사가 신입 변호사에게

“손목시계부터 사세요, 하루에도 수십 번 시간체크를 해야 하는데 고객 앞에서 핸드폰 보는 건 예의가 없어요 “

라는 얘기다


그걸 보고 나는 매우 공감했다

“나도 나도!!!!” ㅎㅎ

손목시계가 필요한 또 다른 직업은 엄마들 아닐까 ㅎㅎ

특히 아이가 많을수록, 아이가 어릴수록 ,

아침 눈뜨는 순간부터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등교, 등원전쟁에서 하교, 하원 전쟁까지

또 학원 라이딩, 병원 라이딩까지 계획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실수란 허용할 수 없다


나의 고객들은

첫째 8살 초1 도보등교

둘째 4살 어린이집 차량등원

개아들 10살 산책, 실외배변


차량등원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나가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알람을 몇 번이고 체크해 놓는다

아이들은 변수가 많다

날씨가 예보와 다를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연출될(나가기 직전 배변활동 같은,) 변수가 많기에 미리 5분 10분씩 더 여유시간을 체크해서

알람을 설정해 놓는다


알람이 울리며 눈뜨면 시작된다

아이 원, 투를 세안, 옷 입기, 가방물통 챙기기, 아침식사, 까지 마무리하면 이제 내가 남았다

시계를 체크하며 선크림이라도 바른다

아이들 등원 후 엄마들과의 커피 한잔을 위해 나는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옷차림을 챙겨 입는다


그리고 개아들의 목줄을 가슴에 걸고 양쪽에 원, 투 하나씩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전쟁 시작이다

학교까지는 5분 거리인데 실제로는 그렇게 걸리지 않는다

더 걸린다 ㅎㅎ학교 가는 길에서만 빨리 가자를 수십 번 외치고 외쳐야 한다

원, 투는 따로 있음 순한 양인데 같이 있음 시너지가 폭발해 계속 양몰이처럼 등원몰이를 해야 시간 안에 등교를 성공시킬 수 있다

겨우 셋을 질질 끌고 학교 앞까지 가면 그제야 원의 얼굴을 보고 찌그러진 얼굴을 피며 애써 웃어 보인다

“사랑해~재미있게 보내고 만나 안녕“

과정이야 어쨌거나 헤어질 때만큼 웃으며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ㅎㅎㅎ

그렇게 8:40분까지 원을 등교시키고 나면

투가 남았다.

투의 차량등원시간은 9:3분

20분이란 애매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커피숍, 놀이터에서 놀리며 시계를 체크한다

그렇게 겨우겨우 투의 기분을 맞춰가며 등원시키고 나면

끝난 줄 알았지?


마지막 또 남은 나의 쓰리

개아들과의 산책이다.

나는 등교할 때 개아들까지 같이 나와 등교 겸 산책을 해치운다 ㅋㅋ

나름의 생활 팁이다 그렇게 단지 내를 한 바퀴 더 돌면 근 40분의 산책을 한 셈이다

또한 개아들도 아이들에게 치여 이리저리 끌려다니니 피곤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ㅎㅎ

그렇게 집에 들어가 간식을 뿌려주고 나온다

드디어 등원 전쟁이 끝나고 오롯이 나의 시간이다


이렇게 등교전쟁에서 승리한 엄마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지정된 커피숍, 우리의 지정된 자리로 모여든다

그렇게 모이면 드디어 미간이 풀리고 입가에 웃음이 피어난다

하루 중 이 시간에만 웃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ㅎㅎ

이때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커피타임을 즐기고 나면 아쉽게 헤어지며 각자의 아지트(홈)로 떠난다

2차 전쟁 오후 하교 하원전쟁을 치르기 전 숨 고르기를 위해서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봤자 아직 11시도 안 됐다는 것.

청소기를 돌리며

나의 손목시계는 오후를 위해 충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