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 수필: 재성에 관하여]
얼마 전 한 지인이 "내 사주에 돈과 여자가 없다고 하는데, 맞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 말에 "사주에 재성(재물)이 있더라도 욕망으로 잠재되어 있을 뿐 취하지 않으시네요."라는 말을 건넸더니, 얼굴을 붉히며 수긍하는 눈치였다.
사람들은 대체로 재성운(재물)을 먼저 묻는다. 재성이 있으면 꿈이라도 꿀 수 있으니 기쁜 것인데, 반대의 경우라면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남성의 경우 재성은 돈, 아내(애인), 아버지이니,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성이 없다고 재물과 연이 없는 건 아니다. 당장 결과물을 손에 넣으려 애쓰지 않을 뿐.
반대로 재성이 넘치는 경우라면 어떨까. 재물에 집중하다 모든 걸 탕진하기도 한다.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과정(규칙, 절차, 사람)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손 안 대고 코 풀기를 바라는 마음이 통하겠는가. 급하게 쌓아 올린 돌탑은 언젠가 무너지기 십상이니, 있어도 있는 게 아니고, 없어도 없는 게 아니다.
재성은 재물을 뜻하며 정재와 편재로 나뉜다. 먼저 정재는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돈을 의미한다. 정재 기운이 강한 사람은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다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베풂과 나눔이 부족해 인색할 수 있다. 편재는 투기, 투자 등의 비정기적 수입을 말한다. 편재 기운이 강한 사람은 호기심과 소유욕, 융통성이 좋다. 다만 욕심이 지나쳐 투자나 투기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우리 아들은 게임 중독이에요.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데만 흥미가 있어요. 거짓말을 하며 눈속임을 많이 해요"
재성이 강한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환경 변화에 민감하니 새롭고 신기한 것에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인지 직접 보고 만지는 쾌락을 중시한다. 판단력이나 순발력, 계산력이 뛰어나니, 현실적인 부분에 적극적일 수밖에.
무엇보다 효율성을 중시한다. 차에서 옷을 갈아입고 길에서 문제를 푼다. 일타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시험 족보를 구하는 식이다. 반면 과제를 빨리 해결하다 보니 정확도는 떨어진다. 가령 글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과제를 순발력 있게 해결하지만, 형식이나 내용상의 절차를 등한시한다.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따르기보다 결과물을 구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정된 시간 안에 다양한 걸 취한다. 밥을 먹고 책을 보며 음악을 듣는가 하면, 오락게임을 하면서도 유튜브를 시청한다. 재성 다자가 바람둥이로 오해받는 이유도 이와 관련된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여성들을 만나 현실적 만족감을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재성이 강한 사람들은 한 가지에 몰두하기 어렵다. 재성을 학마운(학문과 거리를 둠)이라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현실적 이득을 취하는 데 이끌리는 것. 인성을 극하는 기운이니 공부에 집중하는 에너지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성(과정)이나 관성(절차)이 있는 경우라면 다르다. 재물을 취하는 데 있어, 절차나 과정, 도리를 지킨다. 또한 주변 상황이나 현실적 조건에 맞게 이익을 취하니 별 탈이 없다. 한 마디로 재성을 취하는 데 있어서 지켜야 할 것들을 챙기는 것.
또한 신강한 경우(주체성ㆍ독립성 충족)라면 자신이 계획한 바를 실천하여 승부를 볼 수 있지만, 신약한 경우(주체성ㆍ독립성 부족)는 사람들에게 기대어 이익을 보려 하거나 헛된 욕망을 꿈꾼다. 그래서 사주에서는 재성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걸 꺼린다. 재물은 취하려 애쓰기보다 환경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더 나은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는 경우라면 어떤가. 열심히 식당 운영을 하는데, 우연히 귀인을 만나거나 손맛에 반해 단골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면 좋다. 재성이 강해서가 아니라 비겁(주체)ㆍ식상(노동)ㆍ인성(공부)ㆍ관성(규칙) 등의 십성과 어우러져 이상적으로 쓰이는 것.
안타깝게도 내 사주에는 재성이 없다. 기토 일간의 특성 때문인지 살면서 큰 결핍은 없었다. 재물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니 유동성이 적은 투자, 즉 부동산, 적금, 금 등에 관심을 가진다. 특히 인성(공부) 기운이 왕하니, 배움을 취미처럼 여기며 산 것. 그래서 재성의 결핍에도 먹고사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 남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해서 나 또한 일확천금을 벌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으니, 무리한 투자에 목을 매는 건 지혜롭지 않다. 각자의 재능을 계발하며 몸에 맞는 일을 찾으면 된다. 내게 주어진 때를 기다리며 성실히 살아가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