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성과 독립성

[명리 수필: 비겁 다자에 대해]

by 구덕골 이선생

"벌써 6개월째 말을 안 하고 있어요"

"내 알아서 할게라는 말만 해요"

"내 말은 안 듣고 자꾸만 어긋나네요"


청소년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 교우 관계로 갈등이 생기고, 공부가 싫어 일탈을 감행하는 것. 그로 인해 가족 간에 다툼이 생기고, 2차 3차의 문제들이 연거푸 터지기도 한다. 급기야 대립이 커져 육체적 싸움으로 이어지니, 경찰차나 응급차가 오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죽을 만큼 힘들다'는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파브리아노워터칼라, 신한 물감, 모작 과정]
비겁은 비견과 겁재를 말한다. 비견은 형제. 동료가 되고, 나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관계를 뜻한다. 겁재는 남매, 경쟁자가 되고 재물을 두고 서로 다툰다는 의미다. 사주 상 나와 같은 기운이 있다는 것은 '홀로 서기'가 가능하다는 것. 주체성, 자존심이 강하니, 스스로 독립하려는 의지를 가진다. 다만 비겁이 강하면 재산상의 손실이 생긴다. '비겁쟁재'라 하여 비겁은 재성을 극하니, 내가 가진 몫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다르게 소통의 단절을 겪는 사례도 있다. 년 째 아버지와 대화를 거부한 가족들과 단절된 생활을 한다. 사주로 보면 비겁이 태과한 경우로, 비겁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형제나 동료를 의미한다. 사주에 비겁이 많다는 것은 나와 같은 기운이 왕하다는 의미다. 주체성과 고집이 강해 자신만의 세계에 머물러 있길 바란다.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유독 아버지와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명리적으로 보면 비겁(주체)이 강한 경우 재성(아버지)을 극한다고 . 아버지의 기운을 뺏는다는 말은 아버지 자리를 위협한다는 의미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고집이 강한 주체가 아버지의 세계, 즉 상징계를 순순히 따르려 하지 않는 것. 아버지가 만든 질서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두드러진다. 마치 부모를 투쟁의 대상으로 여기며, 자신의 세계를 인정해 주길 바라는 것.


[파브리아노워터칼라, 신한 물감, 모작 과정]

특히 겁재가 많다면 경쟁의식이 투철하다. 관성(질서, 규칙)이 없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가정(사회)의 질서에 따르는 삶을 살지 않는다. '너의 의사보다 내 의견이 중요해'라는 생각으로 돌파력과 추진력을 발휘한다. 이렇듯 자기 본위를 중시하는 행동 때문에 가정이나 사회에서 마찰이 잦다.


또한 자존심으로 인해 재산 상의 손해가 생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한 편이라, 돈을 빌려주고도 돌려받지 못한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도 시비가 생기는데, 가령 싸움을 말리려다 억울한 일이 벌어진다. 여기저기 얻어터져 손해 보는 일도 있으나, 다시 일어서는 힘 또한 강하다.


[파브리아노워터칼라, 신한 물감, 모작 과정]


그렇다면 비겁을 좋게 활용할 수는 없을까. 균형을 맞추면 긍정의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가까운 사람과 협력하는 것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추종받는 일도 생긴다. 특히 주체성ㆍ독립성이 강하니 전문 분야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천은 바로 뿌리다. 비겁의 힘은 곧 밟으면 꿈틀 하는 오기, 인내, 독립을 의미한다.

비겁의 올바른 사용법은 뭘까. 물이 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니, 태과한 에너지를 적당히 설기 하는 게 좋다. 운동을 하며 에너지를 외부로 것. 또한 규칙에 맞게 생활하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 타인의 세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파브리아노워터칼라, 신한 물감, 모작 완성]


청소년의 경우라면 진로 선택에 있어서 신중함이 필요하다. 수직 구조가 명확한 시스템보다 경쟁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직업군이 이상적이다. 가령 육체적 활동이 많은 스포츠계, 개성을 발휘하는 자영업, 에너지를 독창적으로 쓰는 예술계도 다.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엄격한 기준보다 개인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곳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결국 비겁이 강하다는 것은 주인공으로 있다는 것. 세상의 풍파를 마주할 수 있는 맷집이 있다는 의미다. 나만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운이니 이만큼 좋은 게 없다. 다만 자기 생각 치중한 나머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