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명함과 섬세함

[명리 수필: 임수와 계수 일간에 관하여]

by 구덕골 이선생

명리학에서 일간은 사주 당사자인 '나'를 의미한다. 5행을 기준으로 갑목, 을목, 병화, 정화, 무토, 기토, 임수, 계수로 나뉘며, 그 오행에 따라 특성이 드러난다.


"냉정한 말투 때문에 상처받아요."

"도대체 아들의 생각을 알 수 없어요."


그중 임수 일간의 자식을부모라면 공통된 고민이 있다. 진중함을 가진 아이가 대견스러우면서도, 솔직하고 이성적인 말투에 마음이 상한다. 그러나 임수 입장에서 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요해 보이는 외면과 달리 변덕과 고민이 많다. 임수는 물줄기로, 거침없는 역동성을 가진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잣대에 따르지 않는다. 상대에게 쉽게 동화되지 않은 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타협점을 찾기보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쪽을 택한다.


그러니 임수 일간에게 부모의 통제와 지시는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가야 할 바를 가로막는 데 답답함을 느낀다. 또한 지성과 감성은 뛰어나지만 다소 민첩함과 끈기가 떨어진다. 수면ㆍ식욕 등 본능적 충족이 우선적이니 순발력 있게 움직이기 어려운 .급한 일이 아니면 서두르는 일은 없으니, 성미가 급한 부모라면 답답할 수밖에.


[파브리아노워터칼라, 신한 물감, 모작 과정]
임수는 큰 마음으로 상대를 감싸 안는다. 타인을 포용하여 통합하려는 성질이 있다. 반면 세세한 감정을 미처 살피지 못해 생기는 실수들이 있다. 한번 화가 나면 감당하지 못할 만큼 폭발력을 가진다. 또한 마무리하는 힘이 약해 과감한 선택을 못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상대방의 잔꾀에 넘어 가거나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계수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맞춰주려는 기운이 크다. 감수성이 뛰어나 환경 적응력이 좋다. 반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걸 꺼린다. 내적 불안감으로 인해 관계 형성에 적극적이지 않다. 예민함과 조급함 때문에 과도한 걱정,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너무 예민해서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변화를 싫어하고, 일상이 너무 단조로워 보여요."


계수 일간의 아이들은 감수성이 뛰어나고 상황 판단력이 좋아 주변 사람들의 입장을 잘 고려한다. 또한 직관력을 발휘해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을 낮출 줄도 안다. 반면 타인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표치에 다가서려는 똑똑함도 가진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된다 싶으면 은근슬쩍 뒤돌아설 수 있다.


다만 뛰어난 감수성은 민감성으로 확장되기 쉽다. 계수의 예민함은 자기 압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외로움을 잘 타는 성향으로 타인을 향한 의존성도 크다. 이에 관계적인 측면에서 눈치를 보며 과도한 불안감에 자신을 괴롭힌다. 그러니 대상관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불안감과 우울함에 빠질 수 있다.


[파브리아노워터칼라, 신한 물감, 모작 과정]

가령 임수 일간의 아들과 기토 일간의 엄마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기토 일간은 경제성을 추구한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치를 이루기 위해 본능 충족을 미룰 수도 있고,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여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쏟는다. 이와 다르게 임수 일간은 본능 충족에 만족감이 커, 식욕ㆍ수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를 매우 꺼린다. 더군다나 최고가 되기 위해 미래를 설계하는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이에 엄마의 관점에서 아들을 보면 어떨까. '헛된 꿈을 좇는 미식가'로 판단할 가능성이 반면 '대의를 중시하는 개혁가'의 이미지를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니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앞서, 아들이 가진 기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랑이란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노력에서 시작되는 일이니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