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던진 말 한마디의 가벼움

말로 전해지는 삶의 따뜻함을 함께 하자.

by 원영대

차 시동을 걸자 뜨거운 바람이 쏟아져 나온다. 사막의 모래 폭풍이 이처럼 뜨거울까. 겪어 보지도 않았는데 마치 겪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씨가 뜨거우면 왜 사람들은 사막을 떠올릴까? 아마도 뜨거움을 느끼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연상이 되는 지역이 사막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출발을 하기 전에 블루투스를 켜고 휴대폰을 연결한다. 듣고 싶은 음악이나 오디오 북을 듣기에 블루투스는 아주 훌륭한 기능이다. 오디오 북을 연결하고 은유 작가의 오디오 북을 듣는다. 은유 작가는 글쓰기를 하면서 알게 된 작가다. 글이 간결하고 감성적인 문체가 마음에 들어 책도 사서 읽고 오디오 북도 함께 듣는다.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조용하지만 아주 정곡으로 비판을 하는 작가이다.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북 콘서트의 기회가 있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은 작가다.


오늘은 말 한마디의 가벼움이 타인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였다. 사연은 아버지가 72세 건설 노동자인 딸이 보내온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40여 년 넘게 건설 노동자로 일을 하시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셨고, 언제나 성실한 가장으로 최선을 다하셨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가정환경 조사를 할 때마다 아버지 직업란 부분에서 나는 항상 망설이곤 했었다.

나이가 들어서는 아버지의 직업이 막노동꾼, 일일 잡부, 막일꾼으로 불리는 것이 나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가 되었다. 아버지가 큰 회사에 다니거나 번듯한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건설 노동자도 분명 기술을 가진 직업군인데,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여전히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에 화가 난다. 아버지는 그래도 당신의 일을 천직으로 알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신다. 나는 내 아버지가 너무나 자랑스럽다.’


힘들게 건설 노동자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고 고된 삶을 살았는지 알고 있는 딸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회에 얼마나 많은 적대감을 가지고 살았을까? 우리에게는 수많은 종류의 직업이 있다. 단지 직업이 다르다는 이유로 삶을 하대하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남의 일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것은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것이다. 타인의 삶을 인정하고 함께 함으로써 나 자신의 삶도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청년의 이야기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이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대학 가기 싫으면 기술이나 배워서 돈이나 벌어라’라는 말이다. 그들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다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툭 내뱉는 말처럼 대학 가기 싫어서 그냥 배우는 기술은 없다. 죽을 만큼 노력을 해야 내가 원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대학을 가기 싫은 사람이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성화고를 나온 이들이 가장 혐오하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이나 배워 돈이나 벌어라’라는 말들은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배움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남에게 사용되는 말이 언제나 옳지는 않다. 좋은 마음으로 사용된 말들이 상대방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히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많이 사용하던 단어인 ‘벙어리장갑’이 ‘엄지 장갑’으로 바뀐 것은 언어의 큰 발전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당연시 해왔던 많은 언어들 중에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말들은 너무나 많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언어가 의식적이 아닌 무의식 속에서 사용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늘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 단어에 영향을 받는 타인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의 언어가 조금씩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막노동보다는 건설 노동자로 불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술이 중요시되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 동일시되고 있다. 며느리와 사위가 아닌 부부로 평등하게 불리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인간은 ‘인간’ 그 자체로서 존중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차량에 연결된 블루투스 속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자주 함께 운동을 하며 지내는 동네 형이다. 건설노동자의 딸 사연으로 인해 감정이 복잡한 마음을 알았는지 시간을 잘 맞춰 연락이 왔다.


“어디냐? 막걸리 한잔 하자.” 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툭 던진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차 안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린다.

“알았어요. 주차하고 시계탑으로 갈게요.” 어떤 거부도 하지 않고 장소를 정한다. 그가 하는 말은 언제나 반갑다.


비록 툭 던지는 건조한 말 일지라도 그 말속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다. 삶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아름답고 행복해야 한다. 어떠한 조건이나 환경으로 인해 삶의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모두가 나의 가족이며, 내가 함께 살아갈 인생의 동반자들이다. 행복을 전하는 많은 방법 중에 말로 전하는 행복이 가장 전달력이 좋다. 지금 내가 함께 하는 이웃에게 나의 진솔함을 말로 전한다면 그와 나는 삶의 행복을 공유하게 된다.


P.S)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것처럼 내가 말하기 전에 타인의 말을 진실되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은가. 빚이 없다면 천냥은 그냥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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