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 사표 쓰지 말고 책 쓰자.
나는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반도체 회사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 엔지니어들과 교류가 많다. 코로나 이전에는 출장을 통해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많았으나 출장이 제한되면서 토론 내용은 대부분 이메일로 주고받는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는 사용하는 나로서는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전문적인 용어나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서 문장을 만들어 이메일로 보내곤 한다.
하지만 가끔 그들에게서 문장이 이해가 안 된다는 회신을 받곤 한다. 내가 사전에서 필요한 단어를 찾아 문장을 만들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를 쓴 것이다. 소통의 오류가 발생한 것이며, 쉽게 쓸 수 있는 문장을 너무 어렵게 만든 것이다. 원어민인 그들도 처음 보는 단어를 사용했으니 그들이 얼마나 당황했는지 상상이 된다. 나를 우습게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회사에서 보고서나 PPT 자료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한 사람은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자세하게 문서를 작성하고, 다른 사람은 주요 내용만 중점적으로 문서로 작성한다.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첫 번째의 경우는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두 번, 세 번 읽어봐야 알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보고서의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다. 중요한 내용만 정리해서 만든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나는 반도체 일을 하면서 보고서를 쓰고 발표를 할 상황들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특정 문제에 대해 문서를 작성하고 보고를 한 후 발표를 하게 된다. 가끔 보고서를 상사에게 제출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즉, 나의 입장이 아닌 이 문제를 전혀 모르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것이다. 나는 그 일을 진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느라 문제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보고를 받는 당사자는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어의 선택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지식이 높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사자성어나 외래어를 포함해서 글을 쓴다면 읽는 이 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그 주제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예전 신문기사에서도 같은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인터넷 신문이 발전하기 전에는 모든 신문이 종이로 인쇄되었고 길거리 가판에서 판매되었다. 그 당시의 신문은 한글과 한자가 병행해서 표기되었고, 한자가 약한 일부 사람들은 내용을 읽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독자의 입장이 아닌 신문사의 입장에서 기사를 쓴 것이다. 그들이 일반시민보다 우월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뽐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모든 글의 형식과 내용은 독자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 나만이 알고 있는 단어나 문장을 쓰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되어 끝까지 읽지 못하고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을 한다. 우리의 목적은 글 속에 포함된 정보들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글의 어려움으로 인해 정보가 전달되지 못한다면 글로써의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남이 이해하지 못하는 글은 자신만의 단순한 낙서일 뿐이다.
초고를 쓸 때는 대부분 자신의 입장에서 주제에 대해 글을 쓰게 된다. 이때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내용으로 글을 쓰게 된다. 초고를 마친 후 퇴고의 단계에서 불필요한 단어를 정리하고 문장을 쉽게 읽히는 방향으로 수정을 해야 한다. 초고를 다 쓴 후 자신이 읽으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발생한다. 이러한 부분을 좀 더 부드럽고 쉬운 문장으로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글쓰기에서 퇴고가 중요한 요소인 이유이다.
글쓰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쉽게 쓰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한다. 즉,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글을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글쓰기에 발전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쉽게 쓴다는 것은 나의 글을 상대방이 쉽게 이해한다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바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전달자로서의 글이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독자에게 좀 더 쉬운 글은 초등학생도 읽고 이해하기 쉬운 글이다. 처음 글을 배우고 학습을 시작하는 초등학생이 이해할 정도의 수준으로 글을 쓴다면 글의 내용이 쉽게 독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발표를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에 아무런 질문이 없는 것과 같다. 발표의 내용이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 추가 질문이 없는 것이다. 격려차원의 질문은 빼고 말이다. 정보 전달자로서의 글은 누구나 쉽게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글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