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만 하는 바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작가처럼 되고 싶다면?

by 스피커 안작가

여기까지 글을 읽고 조금씩이라도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어느 정도의 글이 쌓였을 것이다. 글을 더 읽기 전에 잠깐 책을 덮고 자신이 써 놓은 글을 한 번 천천히 읽어보길 바란다.



천천히 읽어봤는가?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마음에 드는가? 분명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생략된 단어도 간혹 있을 것이고, 문장이 매끄럽지 않고 갑자기 급하게 마무리된 글도 군데군데 보였을 것이다.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어떤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이 글을 못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가?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당신의 부끄러운 글과 마주했으니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글을 완성했을 때 최소한 이런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부끄러워요.”



보통 책을 한 권 쓰기 위해서는 A4용지 100장 정도를 써야 한다. 만약 책을 한 권 다 쓰고 나서 한 번에 읽는다면 자신이 쓴 글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글을 다 읽고 수정할 때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렇다고 글을 다 썼는데 그 글을 버리고 탈고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글을 더 쓰기 전에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글을 썼으면 한다. 7일에 한 번, 또는 2~3일에 한 번 정도 자신이 쓴 글을 읽어보겠다는 기준을 세우자. 이 기준만 정하고 실천했을 뿐인데 결과는 엄청 달라 질 것이다. 스스로 놀랄 정도로 글의 퀼리티가 높아질 것이라고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난 한 주제를 쓰고 바로 다시 읽어보면서 수정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은 바로 다시 읽으면서 수정하고 쓴 글이다.



부끄럽지만 사실 내가 글을 쓰기만 하는 바보였다. 첫 번째 책을 다 쓰고 투고를 했고 어렵게 계약이 되었다. 그런데 계약이 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나의 글을 읽어보지 않았다. 계약이 되었으니 운이 좋았던 걸까? 아니다. 오히려 운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계약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자신에게도 부끄럽고 출판사한테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책을 계약하기 위해 500군데 정도 투고를 했고, 500군데 출판사한테서 돌아온 답장은 무시 아니면 우리 출판사랑은 계약이 어렵겠다, 당신의 글과 맞는 출판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의 역량이 아직 되지 않는다, 등의 답변뿐이었다. 나의 글과 맞는 출판사를 찾을 수 있다는 답변에 용기를 얻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저 답변은 그냥 내 글이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가치가 있다면 다른 출판사한테 내 글을 왜 토스하겠는가!



솔직히 너무 부끄러워서 책을 썼던 일을 없던 일로 하고 포기하고 싶었다. 없던 일로 해도 나한테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스스로한테만 부끄러움을 느끼면 되니 속으로 생각했다. ‘다시는 글 안 쓴다.’ 쓴 글을 버리려고 했는데 나의 또 다른 욕구가 속삭였다. ‘몇 군데만 더 투고 해보자’고 말이다. ‘그래 투고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혹시 계약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도서관을 짓기 위해 인도로 떠나기 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투고를 하면서도 계약이 될 거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한심한 나를 보게 되었다. 미친놈 같지 않은가? 쓴 글을 버리는 게 아까웠던 것 같다. 그때 가감하게 버리고 다시 글을 썼어야 했는데 말이다. 될 때로 되라는 심정으로 인도로 떠나기 전 날 20군데 정도 투고를 했고 감사하게도(?) 그 중에서 한 출판사와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장님은 투고를 했으면서 전화를 왜 받지 않느냐면서 문자를 보내오셨다. 인도 여행 중이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한국에 들어오면 직접 만나서 계약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요즘은 보통 등기로 계약서를 보내준다. 작가는 계약서를 읽어보고 계약조건이 마음에 들면 사인하고 보내주면 끝이다. 그런데 꼭 만나서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출판사 사장님과 대전역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장님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을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이 글과 관련된 이야기만 한다면 “제가 계약을 해주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니 작가님이라고 부르지는 않을게요. 강사님, 혹시 본인이 쓴 글 한 번이라도 읽어보셨어요? 안 읽어보셨죠? 읽어봤다면 그런 식으로 투고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정말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출판사 사장님은 왜 저렇게까지 말씀하셨을까? 문장이 갑자기 끝나고, 문장 배열도 주구난방이고 생략된 표현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출판사 사장님은 나에게 타격을 또 주셨다. “강사님은 글을 잘 쓰지는 못 해요. 그건 인정하셔야 될 거예요. 그런데 글의 울림은 있어요. 그것 때문에 계약을 하고 싶네요. 많이 팔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내 글을 읽어보니 정말 부끄러운 글이었다. ‘내가 미쳤지, 무슨 용기로 이따위 글을 투고했을까?’ 나도 내가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의 채찍질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정신을 못 차리고 글을 대충 썼을 것이다. 나를 위해 쓴 조언을 해주신 사장님께 감사하다.



글을 잘 쓰지 못하면서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뭘까?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가 되고 싶다면 ‘난 글을 못 쓰니 멋진 경험만 나열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했었다. 최소한의 글이 아니라 나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서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더 좋은 표현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쓴 글의 배열도 달리해보면서 최고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로 유명 작가가 된 김수현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운을 기대할 수 없었으니 책을 잘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읽기 편한 책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번 고쳐 쓰고, 중간 중간 쉬어 가도록 그림을 집어넣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렸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메시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책 제목이나 소제목들도 직접 정했다. 이렇게 준비하면서 책을 내기까지 2년 정도 걸렸다.”


그 결과 200쇄 100만 부 이상 책이 팔릴 수 있었고 몇 년째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많은 작가들이 꿈꾸는 전업 작가가 된 김수현 작가처럼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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