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재밌게 살고 계시죠?

호기심 공부법

by 스피커 안작가

코로나 19로 인해 출판 계약 파기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 19가 극심해진 3월 이후 강연까지 뚝 끊어졌다. 나만 힘들었다면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공연과 관련된 업, 강연자, 항공업, 숙박업 등 대부분의 분야가 코로나 19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그 타격으로 인해 파산한 기업, 폐업한 가게들이 너무 많다. 코로나 19로 인해 성장한 기업, 성공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강연을 완전히 못한 것은 아니었다. 원격영상수업을 통해 간간히 강연을 하긴 했다. 그래도 다시 대면 강연이 하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코로나 19가 조금 잠잠해지자 대면 강연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강연 소식을 듣고 설레었을까? 솔직히 두려웠다. ‘어떻게 강연을 하지?’, ‘이때까지 어떻게 강연을 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수 백번도 넘게 했던 강연이었는데 몇 개월의 공백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했던 대면 강연은 강연하기 전 속이 너무 울렁거렸고 구토까지 나올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농담을 하는 줄 안다. 전혀 긴장한 티가 나지 않고 무대를 즐기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진심으로 토할뻔했다.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강연 후 모든 에너지가 방전되었고 그대로 길거리에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고 멍한 머리와 지친 육체를 위로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정확히 말해 잠으로 도망을 쳤다.


그리고 다음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요청을 받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수화기 너머로 “여전히 재밌게 살고 계시죠?”라는 질문이 나에게 던져졌다. 나는 급하게 “당연하죠. 여전히 재밌게 살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답변을 해드렸다. 나를 초청한 사천여자고등학교 윤두선 선생님은 “그럼 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재밌게 강연해주시고, 희망, 비전, 동기부여, 용기 팍팍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세상에 좋은 단어를 모두 다 사용하셨다.


통화 후 머리가 멍했다. 희망적인 단어들이 나를 멍하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나를 멍하게 만든 단어는 “여전히 재밌게 살고 계시죠?”라는 말이었다.


‘난 여전히 재밌게 살고 있을까?’ 여전히 재밌게 살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지금 현재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여자 친구와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새로운 일들도 몇 가지 새롭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재미와 내 멋대로 해석한 재미의 의미는 같지 않았다.


2년 전 윤두선 선생님을 한 행사장에서 처음 봤다. 그때 난 강연자로 그 행사에 참석을 했었다. 그런데 그 강연은 나를 강사로 초청하지 않았었다. 초청받았던 강연자가 다른 스케줄로 인해 강연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강연자 대타로 마이크를 잡고 그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정말 큰 행사였기 때문에 굳이 내 강연을 듣지 않아도 되었다. 그 날 행사장에는 수천 명의 학생들과 수백 명의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런데 선생님은 굳이 내 강연을 들었던 20명 남짓한 청중 중에 한 분이셨다.


선생님은 나의 열정적인 강연과 내가 꿈꾸고 실제로 행동했던 나의 살아있는 에피소드에 푹 빠지셨고 강연 후 나에게 사천여자고등학교 강연을 요청하셨다. 그 인연으로 2년 전 처음으로 사천여자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했고 그때 나의 열정적인 모습보다는 눈이 초롱초롱했던 호기심 많았던 나의 모습을 기억해주시고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사천여자고등학교로 초대를 해주신 것이었다.


나에게 강연은 일이 아니었다. 재미의 영역이었다. 강연을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고 내 목표는 사람들의 가슴을 조금이라도 설레게 만들어서 ‘나도 작은 도전이라도 해봐야겠다.’ 이 생각만 심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니?’ 어느 순간 강연은 나에게 일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나는 죽고 없었다. 강연자로서, 도전하는 청년으로서. 더 이상 꿈꾸는 자가 아니었다. 선생님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0부터 다시 강연을 준비했다. 그 결과 다시 난 살아있는 강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강연자는 개그맨, 영화배우, 연극배우 등과 같이 무대 위에서 만큼은 광대가 되어야 한다. 영화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을 호기심을 갖고 제대로 몰입할 때 그 역할을 100% 소화할 수 있다.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았던 최민식 배우도 ‘이순신 장군은 이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이순신 장군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엄청난 사색과 명상, 공부를 하셨을 것이다. 그 결과 최고의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행동이다.


강연 후 선생님께서 2년 전 내 명함을 인상 깊게 보셨다면서 자신도 새 명함을 만들었다며 나에게 명함을 하나 주셨다. 그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입니다.”

그렇다. 내 삶은 다시 태어났다. 이전까지 재밌게 살았다고 해도 그 삶은 이미 죽고 없다. 내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시키는 삶을 살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난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책을 쓰고 강연을 했던 사람이 아닌 지금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호기심 많은 청년으로 다시 돌아 왔다.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나의 호기심을 되살려 준 윤두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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