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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Jul 02. 2024

|푸른 지옥

 당신이 흘려보낸 물결에 갇혀서 멍하니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끝없이 흘러가는 동안 저는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고 해도 길어야 몇 분이면 지면과 맞닿을 텐데, 중력이 아닌 다른 것이 저를 짓누르는 느낌은 어딘가 야릇한 느낌을 들게도 하였습니다. 깊은 슬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없이 떨어지는 기분을, 당신도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물결 속에서 나는 마차 하나를 보았습니다. 바퀴 한 짝이 떨어질 듯 말 듯 나사가 풀린 채로 계속 달려 나가는 마차를 말입니다. 바퀴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것일지 애써 예견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마차를 타고 있던 어떤 이는 이미 숨을 멎은 채로 조금씩 풀리는 나사를 흐리멍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이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그의 눈에 살며시 입을 맞추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옥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눈에 담고 웃는다는 건, 당신은 이미 그곳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는 거겠지요. 그런데 언젠가 당신이 저를 바라보았을 때. 당신의 눈빛에 지옥이 비쳐 보였습니다. 당신에게 저는 지옥이었던 걸까요. 끝없는 고통에 묻은 연약한 비애. 당신에게 나는 그런 존재였나 봅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짙어진 물안개가 피었습니다. 당신의 바다로 이어진 그것은 수평선을 한가득 채워버린 것입니다. 때마침 태양이 하늘을 비추면, 이곳은 당신의 눈동자에 비치던 장소가 되는 듯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눈 속에 있습니다. 아무리 슬퍼도 눈물 흘리지 못했던 까닭은 이미 마음속 가득해져 버린 바다가 그것을 품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거라곤 미소 짓는 것뿐이었겠지요. 나는 그런 당신의 미소를 사랑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고요한 폭풍우가 몰아치고 새하얀 물안개가 당신을 익사시키고 있더라도, 난 당신의 미소를 보기 위해 당신의 눈동자 속에 갇혀 영원을 세어보려 합니다. 당신이 처음 내게 흘려보낸 물결은 나를 당신의 바다로, 당신의 지옥으로 데려가기 위함이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렇게 나는 당신의 하얀 바다 너머로 영원히 눈을 감지 못한 채, 푸른 지옥을 유영할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요. 당신은 그 수많은 우주를 껴안고 무엇을 위해 지옥을 눈에 담고 계십니까. 어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영원하지 못할 영원을 입에 담고, 끝없이 흘러내리는 당신의 물결을 나도 함께 품으리란 것. 당신의 이상은 이곳에 있을 겁니다. 부디……. 당신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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