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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Jul 11. 2024

|별의 잔향

 별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를 인도해 주는 별은 하늘을 수놓지만 정작 눈으로 보여지는 것들은 모두 인공위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공위성은 말을 할 수 없다. 나는 그 너머의 목소리를 들은 거고, 그 너머의 반짝임을 따라 이 계절에 닿은 것이다. 너의 빛을 보기 위해 많은 걸음을 지나왔다. 아스라이 전해지는 꿈속의 잔상들. 시각에만 의지했다면 너를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청각, 후각, 촉각. 나는 갖은 감각으로 너와 대화한 것이다. 아, 지나치게 미약한 너의 목소리와 내음에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완강히 빛나던 너의 안식이 내 피부에 닿았기 때문이다.


 별을 사랑하면서도 태양은 미워하는 것. 너는 내게 묻는다. 나는 그저 너무 가까운 것을 증오한 것이다.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없는 건 의미가 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멀지 않은 태양은 환희를 닮았다. 환희는 곧 환멸이 되고 환멸은 증오로 변한다. 나에게는 신기가 없다. 때문에 시공간을 거스르지 못하는 인간의 육신만으로는 결코, 태양은 내게 빛이 될 수 없었다. 내 슬픔은, 나의 비정은, 결코 찬사를 기다린 것이 아니었으니까.


 오늘날의 하늘은 구름에 가려진다. 태양이 사라져 너를 더 진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루 온종일이 밤처럼 흐릿해진 매일. 나는 낮에도 하늘을 보며 너를 찾으려 할 것이고 지금 이미 그러고 있는 중이다. 태양이 가려졌다고 한들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밤과 같은, 비슷한 환경에서 너를 떠올리다 보면 너의 빛이 내게 스며드리라는 믿음은 가히 거짓이 없으리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너를 볼 수 없는 순간에도 나의 운명은 너를 향해 빛날 것이다. 너의 존재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나에게로 스며들었으니. 영원토록 느슨한 마음으로 나는 너를 위해 마음을 온전히 열어 버리고 만다. 내가 태양을 싫어하는 모순을. 너무 가까운 것. 너무 뜨거운 것. 너무 밝은 것. 너무 행복한 것. 활기가 넘치는 것. 이따위 것들로 설명했다. 나는 은은한 감각이다.


 그렇게 여운으로 남는 것. 코를 뚫을 듯한 강렬한 향보다 이미 떠난 이의 잔향을 애착하는 이유. 뜬 눈으로 보지 못해도 너를 볼 수 있다는 건 그런 뜻이다. 만지기에는 너무 멀어져 버린 너이지만 그래서 마음으로는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눈으로 주시하는 곳에 네가 있다는 믿음과 어디에 있든 간절하기만 한 천상으로의 아득함. 너의 이야기는 그곳에 있으며 인간의 마음을 가진 내가 감히, 신과 동화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너는 빛이 되어 검은 밤의 밑바닥으로 떠나버렸다. 시작의 별로부터 내 안에서 지워지지 않을 영원한 잔향을 남겨버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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