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군산 1- 교통
어쩌다 보니 나는 지금 군산에 살고 있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군산으로 이사 온 지 6년째다.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이사 왔으니 말이다. 6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토박이었다. 나름 해운대 부심도 있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부산 해운대라고 하면 다들 바다를 생각한다. 일출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나에게 그럴 거면 왜 부산에 사느냐고 물어 본 서울 놈도 있었다. 심지어 부산에 살면 다들 고깃배 한 척씩은 있는 줄 안다는 친구 시아버지 이야기도 들었다.
나에게 부산은 바다가 아니다. 먹거리 천지에 자연과 도시과 적당히 어우러져 늘 신나는 곳이다. 그런 내게 어디 있는 지도 몰랐던 군산이라니. 하지만 지금 나는 여기서 제2의 인생이 펼쳐졌다고 생각한다.
부산은 늘 교통 체증이다. 지금도 부산 초입 딱 들어서면 이런 곳에서 내가 살았단 말인가 싶다. 40년 가까이를 그렇게 살다 보니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주말에 어디 바람 쐬러 나가려고 생각만 해도 “아휴~ 나중에 집에 돌아올 때 차 막힐 것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난다. 그냥 있자~” 이런 식이었다. 늘 주말은 늦게 일어나 어영부영 뒹굴뒹굴하다 저녁에 마트 잠깐 다녀오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우리 집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그랬나 보다. 딸의 유치원 선생님이 주말이 다가오면 “어머님들~, 내일은 마트 가지 마시고 어디 좋은데 좀 다녀오세요. 월요일에 주말 지낸 이야기하면 모두들 마트 다녀왔다는 이야기만 해요~” 그땐 다들 웃으며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아까운 시간들을 보냈는지 모른다.
군산, 내가 사는 동네에서 5분만 달리면 논이 나온다. 자연이다. 30분만 달리면 행정 구역인 도가 바뀐다. 이제껏 가보지도 못한 충청도, 전라도를 마구 넘나든다. 1시간 정도면 웬만한 전북 지역은 어디든 가고 1시간 반이면 충남, 전남까지도 거뜬히 간다. 어디든 막히는 곳이 없다. 우리 차만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본 적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남편과 이야기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도로 위에서 좀 먹히며 살고 있었는지~”
부산에 있을 때는 장롱면허가 목표였다. 언젠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 면허증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날 듯해서 그냥 따 놓기만 했었다. 부산에서 운전은 언감생심. 물론 사설 강사에게 도로 연수까지 받았지만 너무 무서웠다.
군산에서 처음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군산에 와 보니 대중교통이 불편했다. 딸의 학원 때문에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기는 해야 되는데 택시도 버스도 영 불편하다. 가만 보니 차도 별로 없고 운전 스타일도 점잖은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다시 연수를 받았다. 평생 못할 것 같았던 운전이었지만 지금은 비록 아는 길뿐이더라도 운전해서 다닌다. 초보 때 어리바리해도 뒤에서 빵빵대지 않았다. 군산 사람들의 참을성과 많은 이해심에 고마워했다. 양반이다. 부산의 운전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제주도는 밥 먹듯이 갈 거야. 그러니 각오해!”
내가 군산으로 이사 올 때 남편에게 한 말이었다. 시내와 공항이 이렇게 가까울 수가. 딱 필요한 만큼의 크기이다. 게이트 하나. 가볍게 제주도 오가기에 정말 편리하다. 군산에서 사는 특권같이 느껴진다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함정은 항공권을 구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걱정인가. 광주까지도 한 시간 반이면 간다. 광주에서 원하는 시간, 원하는 항공사를 골라 타고 갈 수 있다. 군산 사는 동안에 제주도를 최대한 자주 가는 것이 남는 장사인 듯싶다.
내 글은 군산 예찬 공모전 글이 아니지만 그런 글이 되고 있다. 오글거린다. 물론 왜 불편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없겠는가. 군산에 와서 살아보니 ‘내가 생각보다 소도시형 인간이구나’ 싶다. 지나친 경쟁과 빠른 시간의 흐름에 취약한 나는 여기서 이런 삶도 좋다. 불편한 점은 불편한 대로 좋은 점들은 좋은 대로 맛있게 꼭꼭 씹어 먹으며 군산 생활을 100배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