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취들이 모여 꿈이 된다

일단 시작해 보는 용기

by 나디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러닝은 누군가의 취미였고 나와는 먼 이야기였다. 그러다 문득, 남들 다 하는데 나도 한 번 해보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단지 몸을 좀 움직여보자는 생각으로 하루, 이틀 달린 것뿐인데 어느새 목표가 생겼다.


매일 기록을 남기고 거리와 속도를 체크했다. 피곤한 날도, 쉬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그런 유혹을 이겨내고 달려낸 날에는 단순히 운동을 했다는 것을 넘어선 만족감이 따랐다. 그런 날이면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믿게 되었다.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참가한 두 번의 마라톤. 그 경험만으로도 나는 내가 달리기를 이렇게 좋아했었나 싶을만큼, 러닝은 어느새 나에게 진심이 되어버렸다.


생각해보면, 내 삶에 자리한 많은 일들이 그랬다. 등산도, 걷기도, 요가도. 처음부터 무언가 거창한 이유나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산을 오르며 흘리는 땀과 거친 숨 사이로 마음이 차분해졌고, 걷는 일은 그보다 더 단순해서 좋았다. 특별한 준비 없이 두 다리만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가볍게 했다.


요가는 몸을 단련하는 동시에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하루의 흐트러진 감정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처음엔 단순한 흥미였지만, 그 흥미는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결국 요가 강사 자격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베트남에 살면서는 '모터바이크 여행'이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여정을 시작했다. 처음엔 도시 주변을 돌아다녔다. 속도감이 좋았고, 도시의 구조를 몸으로 익히며 골목 구석구석 숨어 있는 로컬 문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반경을 넓혀나갔다. 껀저, 붕따우, 무이네, 동나이, 떠이닌 그리고 달랏까지.


장거리 모터바이크 여행은 노면 상태, 날씨, 교통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뚫고 도착한 장소마다, 그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주는 감동은 컸다. 기어코 목적지에 도착한 내 모습보다, 그곳까지 오기 위해 지나온 길의 내가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 나는 더 긴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호치민부터 하노이까지, 베트남 종주라 할 만한 모터바이크 여행. 수천 킬로미터를 달리며 어떤 풍경을 만나고,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모든 불확실성조차도, 이미 여러 번의 작은 여행을 지나온 나에게는 설렘으로 다가온다.


가능성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만이 다음을 상상할 수 있다. 목적지는 멀지만, 이미 여러도시를 향해 출발해본 경험이 있으니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작은 성취가 나를 만든다고. 우리 모두 크고 극적인 전환보다, 눈에 띄지 않는 반복과 인내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라고. 어제보다 조금 나은 내가 되는 일. 그런 하루들이 쌓여 어느 날엔가 전혀 다른 경지에 도달한 나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다. 나에겐 러닝의 기쁨이 그랬고, 모터바이크 여행의 해방감이 그랬다. 요가의 내적 고요함고, 걷기의 평온함고, 등산의 성취감도 그랬다. 생각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 두려움과 망설임을 지나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일단 시작해보는 용기다. 어설프게라도, 충분하지 않더라도, 먼저 움직여야만 그것이 나와 맞는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도 계속 해 볼 생각이다. 작은 성취들이 결국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줄 것을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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