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새내기였던 나는 강의실을 나와 비상계단을 내려가고 있었고 오른팔에는 전공 책을 살포시 안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아래층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가만 듣고 있자, 두 남녀가 꽁냥꽁냥 거리는 소리였다.
'아씨, 뭐야.'
마주치면 피차 불편하니 그냥 내가 돌아가고 말겠다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전공 책 위에 올려뒀던 거울이 '스르륵'하더니 4층에서 1층으로 속절없이 추락했다.
참고로 당시 휴대하던 거울은 직사각형 모양의 '탁상용' 거울이었다.(미니미니한 손거울 아님)
한순간에 무기로 변해버린 거울은 철제 난간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을 뿜어냈다.
쨍!
쨍!
쨍!
쨍!
쨍그랑!
시멘트 바닥과 부딪히며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분명했다. 소리도 어찌나 울리던지, 정말 공포스러웠다.
"악!!!"
여자가 소리쳤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겁먹은 얼굴로 굳어 있던 나는 그들의 동태를 살피느라 양쪽 눈이 따로 놀기 직전이었다.
그들이 빨리 이 공간을 나가 주기만을 바랐다.
"저기요~"
'......'
남자가 나를 부른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
남자가 나의 안부를 묻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숨죽여 있지 않은 것처럼 굴기 시작했다.
"(우다다다 급하게 내려오는 척) 어머 괜찮으세요?ㅠㅠ 많이 놀라셨죠?ㅠㅠ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ㅠㅠ"
"네, 괜찮아요."
"죄송합니다ㅠㅠ 어떡해ㅠㅠ"
"손대지 말고 둬요, 다쳐요. 청소해 주시는 분 계세요."
그들은 내가 아직 부적응 중인 새내기처럼 보였는지 되려 나를 걱정해 주었다.
"(최대한 불쌍한 척)네ㅠㅠ 감사합니다ㅠㅠ 그럼 전 이만ㅠㅠ 죄송했습니다ㅠㅠ
내 인생에서 가장 긴 몇 분이었다.
아득했던 순간에서 줄행랑친 다음날, 나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손거울을 장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