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들이 그러는 거 아닐까?
새로 맡게 된 브랜드에서 막내를 맡고 있는 Y랑 밥을 먹기로 한 건 순전히 내 욕심이었다. 세상 세상 그렇게 밝은 사람이 없었다. 회사생활 3년차. 나와는 일면식이 없던 사이이기에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쓴 다음 만난 사이였다. 표정을 읽지 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가는 눈으로 캬캬캬캬 하고 웃을 때면 정말이지 이런 텐션과 해맑음, 열심히 하고 있는 그 모습을 지닌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가 궁금했다.
일을 같이 하다보면 처음부터 편하게 농담을 할 수 있는 사이가 있다. 그건 결고 쉽다거나 우습다거나 하는 그런게 아니다. 내가 실수를 할 수 있는 만큼 너도 실수를 할 수 있고, 네가 모르는 그 상황을 또 누군가도 모를 수 있다는 그런 감정들을 공유하게 되는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도 웃으면서 만날 수가 있다. Y와 나의 연차는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일을 잘 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들어서인지, 여타의 사람들보다 내가 편하게 대했고. 그렇게 식사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저는 제조업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캬캬캬캬
정말 저렇게 말하고 저렇게 웃었다. 나는 이 해맑은 영혼이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몇 번을 더해 물었지만, 이 똑똑하고 어린 친구는 IT나 서비스 쪽보다는 제품을 만들고 물량을 챙기고 그걸 판매까지 잇고 있는 지금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있었다. 정확히는 이 업계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나는 회사에서 오래도록 본 적이 없었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아쉬움과 원망, 고쳐줬으면 하는 바람들이 쌓이기 마련이어서 3년차 직장인의 이 해맑음과 당돌함. 그리고 내 자신을 부끄러워하게 되는그 마음이 부러웠고 응원했다.
Y는 나와 대학교 동문이었고, 지방에서 올라온 것도 비슷했으며, 독실한 신자였다. 아침마다 걷는 걸 좋아하고, 제조업을 사랑하며, 자신이 맡은 브랜드가 회사에서 제일 좋은 브랜드라는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인 걸 알아놓고도 쉽게 말을 놓을 수가 없었던 건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는 Y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그녀는 자신의 팀에 많은 인원들의 퇴사와 브랜드 캠페인의 좌절 등으로 실망감을 마주하고 있다. 나 역시 담당 브랜드이기에 그녀가 겪는 상황을 동일하게 겪고 있다. 그렇지만 3년차 열정있는 당돌한 직장인의 그것과 같진 않을 것이다. 여전히 그녀가 5년 뒤에도 제조업이 좋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10년 뒤에는 지금과 같은 아픈 상황들이 다가와도 여전히 웃으면서 지금처럼 웃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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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렇게 재미없는 회사를 누가 다니는거야...
누가 이렇게 힘든 일을 견디고 어떤 사람들이 이 상황들을 견디는 거야.
그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