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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Aug 27. 2021

(햄벅S)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그런 사람들이 그러는 거 아닐까?

-구글폰을 쓰시네요.

내가 이 말을 건넸을 때 그 말이 얼마나 반가운 마음에서 나온건지 S는 알까? 안드로이드 순정폰을 잘 써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구글에서 직접 만든 잘 쓰는 뭔가 프로그래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게으름의 언덕을 달려 아이폰을 놓지 못하지만. 그러니 구글폰을 고집하는 S를 만났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그 반가움이 있었다.


부서가 다른 사람이었다. 같은 일을 하지만 서로를 약간 신경질적으로 보는 그런 상대 부서. 나이는 나보다 한두살 형 같았고, 가느다랗고 동그란 안경태와 무표정한 작은 입. 헐렁하고 재질이 좋은 티를 입고 있었다. 하는 일은 비슷했지만 경력이 흘러가는 방식은 많이 달랐다. 대행사 경력이 많은 그는 인하우스에서 경력이 전체 경력의 반을 넘어가는 내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가까이 있는 선생님이었다. 


만나서 말을 하는 순간 무장해제 되는 기분. 적어도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거나 여우같이 셈을 하고 있는 것 같아보이진 않았다. 순진했지. 사실 약은 형이었다. 웃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약은지 설명하는 걸 듣고 있자면 이 사람과 회사에서 친해졌다는게 얼마나 즐겁고 좋은지. 위트를 좋아했고, 키치한 것도 좋아했고, 요리도 좋아했다. 행복한 순간 자체를 좋아하고, 내가 선망하는 아는게 많은 사람이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햄버거를 좋아했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회사에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두 번 연속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제 먹은 음식을 두 번 연속 먹는 일도 햄버거를 무지하게 좋아한다고 천명하는 일도, 거리가 있는 곳의 햄버거 가게까지 경보처럼 달려가서 점심시간을 때우는 일도 드물다. 친해지게 된 계기도 햄버거였다. 수제 햄버거집까지 설레면서 갔던 일. 한 번은 둘이 버스를 타고 햄버거 먹으러 갔는데, 이미 도착해있던 다른 많은 동료들을 만난 일, 그리고 서프라이즈를 위해 나에게는 한 마디 말 안한 그 이벤트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햄버거 집이기에 가능한 서프라이즈였다. 


대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했고, 인하우스에서 월급을 벌고 있는 우리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얘기했다. 얼마 전 친해진 그 형은 다시 다른 대행사로 들어갔다. 이직한 이후 만나서도 나는 그 형에게 싫었냐고 묻지 않았다. 오히려 가보니 어떠냐는 질문을 했다. 삭막했던 회사에서 좋아하는 걸 공감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늘 즐겁다. 요즘은 그형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얘기를 나누고 싶다.




#. 

도대체 이렇게 재미없는 회사를 누가 다니는거야...

누가 이렇게 힘든 일을 견디고 어떤 사람들이 이 상황들을 견디는 거야. 

그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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