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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Aug 31. 2021

줄리 주오 <팀장의 탄생>

더퀘스트, 2020년 9월 14일

한 번쯤 팀장을 욕해본 적이 있나? 안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학창시절 조모임에도 팀장이 있고, 회사도 기본적으로 팀 단위로 운영이 되니까. 처음부터 팀장이었던 사람은 드물기에, 팀장을 욕하는 건 어찌보면 흔한 일이다.


모든 팀장은 욕을 먹는다. 그건 팀장의 숙명이다. 그치만, 때론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도 언젠간 팀장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도 분명 팀장을 욕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욕먹지 않는 팀장 자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오지랖 넓은 생각이지만, 늘 그렇게 그 자리에 계신 분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팀장의 탄생>이라는 제목에서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게 벌써 한 3주는 넘은 것 같다. 


이 책은 실리콘벨리, 그 안에서도 페이스북에서 디자인팀을 운영하던 '줄리 주오'가 쓴 아주 디테일한 책이다. 사실 몇 군데는 그냥 건너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뭔가 잘 알고 있던 것 같은 내용. 당연한 생각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디테일한 사례들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대충 이 책을 넘긴 후에 읽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읽을 수록 내게 득이 된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팀장인 적은 없지만, 늘 팀장들과 함께 일했고, 팀장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생각이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이 책은 사례들을 모아서 보여준다. 그렇다고 사례집은 아니다. 팀장의 자리에서 고민하는 것들. 예를 들어 '회의' '인사' '결정' '창의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해왔던 자신의 사례들을 적어놓으면서, 이런 부분들에서 하나하나 확인해보라는 답을 주고 있다. 억지로 읽어볼만 했다. 아니 읽었어야 하는 책이다. 


디테일을 놓치고 사는 때가 많다. 특히 나는 그렇다. 대충대충의 습관이기도 하다. 전에 누군가에게 "저는 멀티테스킹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고백하자면 거짓말이었다. 1개를 할 시간에 2개를 생각하는 걸로 멀티테스킹이라고 어거지로 만들어냈던 말이다. 그리고 사실 멀티테스킹이 되는 사람이고 싶어서 했던 거짓말 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이후 약 1년의 시간동안 나는 멀티테스킹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의무감으로 나를 무장했었다. 나름 득이 있던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성이 바뀌진 않는다. 멀티테스킹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내가 산만해서다. 다른 말로 산만하기 때문에 어떤 한가지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흩어질 집중력을 '여러가지'일에 집중하도록 해보자 했던 결론이 '멀티테스킹'이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나는 이 책에서 보여주는 디테일들이 조금은 힘들었다. 대충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하나하나 집어서 설명해줬다. 책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싶어졌다. 대충 삶을 살아온 내가 무슨 책을 쓸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 


책에서 본 문구들을 정리해보자.

책을 읽으면서 면접 기회가 온다면 이런 식으로 말해야 겠다. 이력서의 내용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야겠다 하는 식의 생각들이 들었다. 내가 속한 조직이 왜 혁신이 없는가를 집어보기도 했다. (이직은 정말 답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비전을 세운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벌써 3년 째 생각만 하는 것 같지만).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나 생각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본다. 



만약 이력서에 경력기술서를 쓴다면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채워봐야겠다. 줄리 주오가 면접에서 하는 질문들이라고 정리가 된 것인데, 반대로 말하면 이런 내용들을 답할 수 있다면 준비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다.


1. 어떤 유형의 문제에 도전할 때 흥미를 느끼나요? 이유는요? 좋아하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2. 자신의 최대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주변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서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3. 3년 후를 상상해보세요. 지금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4. 지난 1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갈등사항이 뭐였나요? 그 상황이 어떻게 끝났고 거기서 뭘 배웠죠?

5. 최근 일하다가 가슴이 설레거나 뭉클했던 때가 언제였나요?


만일 내가 산이나 바다에서 몇 달 동안 안식 휴가를 갖는다면, 업무가 순주롭게 돌아가기 위해 상사가 얼마나 개입해야 할가? (선수 벤치가 얼마나 잘 채워져 있는가?)


혁신은 1천가지 아이디어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다.


완벽한 전략보다 완벽한 실행이 중요하다. (빠른 실행을 하자 라는 내 최근의 생각-행동과 배치되는 것일까?)


짧은 스프린트는 중요하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1가지 성공을 위해서는 100번의 도전을 나눠서 하자. 라는 말의 연장선이 아닐까?)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엉뚱한 곳에 도착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비용이 발생한다. 그 비용은 고객에게서 나온다. (우리 회사 생각이 많이 났다. 아는 세상이 그런거라 그럴 뿐이다. 고객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을 공유하려면 얼마나 그 조직에서 그걸 떠들어야 할까?)


어떤 조직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조직이 가치있게 여기는 것을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봐야 한다. (이 말은 한 번에 이해되진 않았으나 멋들어져보여서 적었다. 한 번은 실제로 적용해서 생각해볼 부분이다.)


이제 여정의 1%만 완료했을 뿐이다. (멋진 말이다. 나도 집과 회사에 적어두고 싶은 문구.)


정말 훌륭한 팀을 만드셨어요. 제가 그 일원이 되서 기뻐요.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멋진 일이다. 언젠간 나도 그럴 수 있길)



아래는 읽으면서 얻은 그냥 공상들.

지금 생각나는 걸 지금 해야 하는 성격은 다른 말로 = 산만함 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을 이 직무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왜 공평한 성과금이 필요 없는가.

내 업무는 어떻게 세상(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되고 있는가?

대담. 신속. 

비전. 막연히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비전은 있었지만, 이게 회사와, 세상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솔직히 감이 안왔다. 나는 회사에서의 나와 일상의 나를 동일시 여기고 같은 목표를 설정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말 잘하고, 공감 잘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해서 행동하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그게 다른 사람(예를 들어 회사, 혹은 면접관)에게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다. 아래같이 바꿔봤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고, 커뮤니케이션은 나로 통한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질문 의견 친밀 성과 등이 다 합쳐진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이지 않아서 늘 찬밥신세를 받지만, 그래서 스스로 빛나야 한다. 이 생각하나만 건진 것만으로도 책은 잘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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