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민섭 / 출판: 제철소 / 발매: 2017.09.25.
작가 김민섭을 읽고 있다.
김민섭 작가님이 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읽고 있다. 4권 중 2권째다. 평탄해보이는 문체와 달리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인생의 굴곡이 그대로 담겨 있는 기분이다. 개인의 사소한 기록을 이렇게 담아낸다면 그것은 새로운 무언가가 되는구나.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번 책도 따뚯했다.
망원동이라는 곳은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곳이지만,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 눈에는 집 앞이었고 학교 근처였고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는 조금 더 떨어진 곳으로 가서 놀아야 하는 주택가였다.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이런 시선이 있다는게 신기했다. 누군가 망원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먼저 사보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내가 살아온 고향에 대해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해 글을 남길 수 있을까 싶었다. 애정을 가지지 않고 사는 것인지 싶어서 부끄러웠다.
시간의 역순으로 가는 글은 망원동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작가 개인의 경험을 하나하나 파고 들어간다. 개인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망원동을 현재를 기준으로 반추해야 하는 사명을, 글의 순서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망원동은 핫플레이스였다. 신촌 홍대를 지나 종로나 여의도에서 쉽게 넘어오기 쉬운 지역이었고 나도 몇 번 술을 마시러 가본 동네였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의 눈에는 그 찰나들은 사실 정말 낯설고 이상한 순간들이었다. 현재 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그건 여전히 떠올리기에 낯설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잘 모르겠고... <아무튼, 망원동> 이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서영인의 책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이다. 저자는 망원동에 대한 글을 쓰는 중에 <아무튼, 망원동> 출간 소식을 듣게 되고 글을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고 했다.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책이 나왔다고 하니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당시 출판사 사장이 쓸데없는 생각 말고 원고를 내놓으라는 구지가 같은 말에 책을 냈다는 식으로 글에 썼다. 웃겼는데, 그 책을 내가 또 읽고 있다니 재미있다.
망원동이란 동네에 대해 잘 모르고, 술 마시러 몇 번 가본게 다일 뿐인데 나는 망원동에 대한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다. 나는 매일을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이곳에 대한 글을 한 편도 읽지 못했다. 어떻게 기록을 남기면 좋을지 상상해보니 그것도 즐거웠다. 참 돈안되는 건 즐겁다.
현재의 망원동을 산책하고 싶다면 서영인 작가님의 책을. 망원동의 시간으로 산책하고 싶다면 김민섭 작가님의 책을 추천한다. 물론 글이 쉽고 재미있고 잘 읽혀서 두 권 다 읽겠지만.
#.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저자: 서영인 출판서유재발매 201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