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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Oct 06. 2021

김혼비 <아무튼, 술>

저자: 김혼비 / 출판: 제철소 / 발매: 2019.05.07.

'글에서 술냄새 나요'


장난처럼 하는 밈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간혹 술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많다. 분명히 이 구절은 술을 마시면서 썼을 것 같다 라거나, 술에 관련된 책을 쓰는 핑계로 술을 한 잔 더 마시면서 그 책임감에 글을 써놓고 보니 그게 여기 실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혼비 작가가 써내려가는 술에 관한 얘기는 설명을 한다거나 술을 먹는 방법에 대한 나열을 한다거나 술에 대한 장대한 철학을 내비치는 것 같진 않다.


책을 덮고 났을 때 나는 작가가 술을 마시는 다양한 이유들에 앞서서 술을 좋아하고, 술을 마시는 이유를 만들고자 할 필요가 없이 술을 마시며, 삶에 가까운 술을 거창하게 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단어들을 나열한다. 아무튼 시리즈들이 담담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고집스러운 그런 삶의 모습들을 자신만의 어조로 얘기하는 것이 매력이다. <아무튼, 술>은 술이 가져온 경험들 중에서 몇 가지를 뽑아서 얘기해준다. 특히 두 번씩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들도 재미있었는데, 아마 나는 이 지점에서 술냄새는 느낀게 아닐까 싶다.


나는 어느 순간 술을 먹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술이 가져오는 몇 가지 불편함이 내게는 너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술은 항상 함께 한다고 선언한 듯 하다. 부럽기도 하다. 술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데에는 술이 주는 달콤한 감각을 알고 있었고, 그게 무서웠기 때문이니까. 그래서인지 작가의 글이 술술 읽혔다. 단어를 가지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게 작가의 말버릇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가, 술로 이뤄진 인연들 사이에서 나오는 에피소들들이 재미있어서 책을 끝까지 읽고 말았다.


<아무튼, 술> 이라니...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을 잘 쓸 수 있다는게 참 부러운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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