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민섭 / 출판: 와이즈베리 / 발매: 2016.11.28.
한 때 카풀앱에 관심이 있던 때가 있었다. 카풀 형식으로 모르는 사람들과도 이동을 공유한다는 개념인데, 이 앱을 사용 하는 내 주변에 사람들은 카풀보다는 카카오택시와 같이 일종의 택시 어플로 활용을 많이 했다. 진입장벽이 낮아 차가 있고 출퇴근 시간에 차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면 괜찮은 플랫폼이었다. 당시 해당 업체에서 돈도 많이 풀어서 실제로 이용하는 금액은 저렴하게 하여 이용해볼 수도 있었다.
대기사회는 대리기사를 하는 작가의 기록이다. 대리기사로 일을 하면서 자신이 느끼는 소감을 담담하게 적어둔다. 목적지까지 1.5km를 뛰어가야 하는 글에는 나도 숨이 가빴고, 택시도 오지 않는 주택지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암담했다. 큰 길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함께 이동하는 대리기사들 틈에서 안도를 느꼈고, 새벽에 들어와서 글을 쓰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창피함을 느꼈다. 작가는 생계를 위해 대학원시절부터 했던 대리기사를 여전히 하고 있었고,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김민섭 작가는 참 따뜻한 어투로 담담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냉정한 글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어투가 너무 따뜻하다. 있는 그대로의 시선을 놓치지 않은채로 자신이 읽고 싶은 세상을 읽는다. 그걸 위안이라고 하기도 하고 합리화라고 하기도 한다.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순간 순간들에 사실은 나 역시 누군가의 대리를 하고 있다. 인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걸 김민섭 작가는 조용히 들이민다.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게 아님을 몇 키로를 뛰어와서 숨이 찬게 보이는데도 아무말 없이 들이민다. 누군가의 대리로 이 사회를 살고 있다고 말이다.
대리가 아닌 온전히 내가 되는 순간들을 찾고 싶다면, 반대로 누군가의 대리가 되는 순간들을 냉정하게 마주하라는게 아닐까 싶다. 김민섭 작가가 그렇게 교훈적으로 말했다는 건 아니고. <대리사회>를 읽으면서 누군가의 대리를 한다는 현실을 꺼내볼 수 있었던게 좀 아팠다는 얘기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누군가의 대리로 무언가를 한다.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 그 느낌이 싫던 차에 읽은 글이라 좀 아팠지만 백신 맞는 것이 유행하는 시대니 백신이라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