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직장에서 일하는 자의) 기록

○△□ 갑오징어 게임을 시작하지

by 나도모

사회적으로 '갑질'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으로 인식이 돼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돈을 주는 사람을 계약의 '갑'이라 칭하고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을 계약의 '을'이라 칭하는 건

그냥 으레 단어의 선택일 뿐이다.


갑과 을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 시작은 그저 단어일 뿐이란 얘기다.


하지만 갑을병정이라는 단어의 힘은 실제로 존재한다.

대행사 입장에서 마뜩지 않은 요청사항을 받게 된다면

그걸 요청하는 광고주 역시 가슴 한편에 찝찝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충분한 고민이나 이해도가 없이 수정을 하거나

처음에 의도했던 방향의 변화에 대해 일언반구 없거나

한없이 늘어지는 결과에 대해 미안한 내색도 안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불편함이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서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갑을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광고주 입장에서 일을 하면서

대행사에 늘 좋은 사람일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설명했을 때 더 불편해질 수도 있었고

문자 하나 읽어놓고 답하지 않는 이유도 지극히 개인적인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 미안함을 담아서 한 번은 남겨놓고 싶었다.


갑에서 일하는 직원이 갑은 아닌데, 갑처럼 일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프로페셔널하게 고민해주신 일이 많았을 건데,

갑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눈 감은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일들을 남겨놓고 싶었다.


난 여전히 갑과 을이 동등하다고 믿는다.

갑이 자신의 시간을 들여하지 못하는 일을 을이 해주는 것이며,

을은 역시 갑의 이름을 기반 삼아 일을 펼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마저도 동등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는다.


무거운 걸 바라지도 않았고,

광고주와 (광고/홍보/디지털) 대행사의 제한된 경험을 기반한 상상력이지만,

조금 유치하더라도 누군가에겐 읽힐만한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직장인의 경험을 동반한 상상의 글입니다.

#갑은 광고주, 을은 대행사로 한정 지어 말한 것이니 확대해서 생각은 말아주세요.

이전 09화갑이었는데 을이었다가 갑이 되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