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을들

○△□ 갑오징어 게임을 시작하지

by 나도모

참으로 감사한 을들이 많다.


좋은 아이디어 한 방으로 내부 조직에 폭격을 날려주는 분들.


비용과 비례한 경우가 많지만 그들에게 주는 비용을 열정의 양으로 환산했을 때 분명 싸게 먹히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에 환호를 하고, 이어지는 디벨롭 시안에 비용을 들먹이며 난장판을 만들면서 그들의 열정에 슬며시 눈감는 일들에 죄송하다.


늘 담당자보다 앞서서 일정을 쪼아 주시는 분들.

이런 고마운 대행사를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 담당자가 모든 일정을 먼저 챙길 수도 없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실제로 바쁘거나, 게으르거나, 일부러 미루거나 등등. 그렇지만 대행사에서도 역시 언제고 해야 하는 일이니 미리 정한다거나, 비용을 떼이지 않기 위해서라거나,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 일정을 뒤에서 딱 붙어서 쫓아와주시는 경우들이 많다. 내 일이라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늘 감사하다.


실패하는 프로젝트에 화내 주시는 분들.

사실 어떤 경우에도 감사한 경우가 많아서 쓸까 말까 고민했다. 여러 이유로 엎어지는 아이디어들 앞에서 다음을 기약하자면서 웃어주시는 경우도 감사하다. 그렇지만 왜 엎어진 거냐고 따져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왜 나에게 따지지?' '설명이 불충분했나?' '나는 왜 비합리적인 걸 합리적인 걸로 포장하지?'라고 반성하게 만들어주는 분들에게는 조금 더 감사하다. 까딱하면 내가 갑인 줄 착각할 뻔했다. 회사가 갑일뿐인데 말이다. 그걸 일깨워주시는 분들이다.


최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일하려 하는데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열심히 해본다고 하는데 충분히 설명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늘 죄송했어요.

그래도 함께 일하는 시간들이 복기할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내용들로 채워주신 점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한 없이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장인의 경험을 동반한 상상의 글입니다.

#갑은 광고주, 을은 대행사로 한정 지어 말한 것이니 확대해서 생각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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