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도모 Aug 22. 2022

성소라, 롤프 회퍼, 스콧 맥러플린 <NFT 레볼루션>

출판: 더퀘스트 / 발매: 2021년 09월 01일

읽을 때까진 몰랐는데, 이전에 읽은 테슬라 쇼크와 같이 더퀘스트의 책이었다. 좋아하는 박소연 저자의 글들도 그렇고. (주)도서출판 길벗의 인문교양·비즈니스 단행본 브랜드라고 하니, 이마저도 브랜드 안에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생계를 위해서 직장인이어야 하는 나로서는 가끔 시대를 소개하는 글들을 읽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이 책은 회사 동기의 추천&선물인 책이었으니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받고 나서 한참 후에야 읽어내렸다. 역시나 어려운 건 어렵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놓치기 싫은 현장감에는 고통이라는 화폐를 내야 한다. 고통어리게 읽었다. 이렇게 어려운 내용이니 읽고 나서 내 생각을 좀 정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날 수 밖에.


NFT가 어떤 것인지 여전히 나는 머리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아마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 할까? 혹은 다른 책을 읽어야 할까. 책을 추천해준 이에게 가서 물으니 '그래도 이 책이 가장 쉽게 얘기해둔 것 같더라고' 라는 대답을 듣고 절망을 할 뿐이었다. 다만 책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남은 것은 정말 많은 이들이 이 NFT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큰 돈을 들이고 있고, 누군가는 그걸 '가스비'를 내면서부터 '민팅'을 하고 있고, NFT에 환희를 느끼는 이들도 있다는 점이다. 뭐랄까. 대세감이랄까? 내 실생활과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들 얘기하니 대단한 것인가보다 하는 생각. 그런 생각이 남았다.


이러면 안되지,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보자. 선언해두건데, 내 사고방식은 일반 계산식의 사고방식을 크게 벗어나질 못한다. 창의적인 것보다는 논리정연이라는 이름하에 설득이 되길 원한다. 그러니 그런 방식으로 정리해보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 수학문제 안 풀려서 복기하는 그런 수준이다. 


그러니까...

세상에 없던 어떤 창작물이 있다. 이 창작물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지면 창작물을 비싼 값에 팔거나, 낮은 값의 여러개를 추가로 만들어서 파는 방법이 생긴다. 근데 여기에 욕망이 더해진다. 욕망이 더해져야 하는 이유는 이미 '생계'와 관련된 것들에는 금이며 화페를 비롯한 다양한 수단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욕망의 최고봉은 미술작품이려나? 이 책에서는 미술작품을 예시로 설명해준다. 그러니까 아티스트들이 미술작품을 NFT 시장에 내놓고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영 머리에 들어오질 않지만, 인터뷰 내용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몰입했고, 선구자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겠다. 다시 내 식으로 돌아오자.


왜 아티스트들은 NFT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캔버스 위에 그리는 컨텐츠들은 복사가 되질 않는다. 우리가 가진 일반 화폐들로도 충분히 교환할 수 있는 것은 공간이 지닌 제약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은 물리적으로 3차원 세상에서 있는 무언가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화폐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NFT로 소비되는 컨텐츠들은 온라인 시장에서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의미란 존재이거나 수단이거나 유일해야 한다거나 뭐 그런 것이다. 특히 온라인은 기계와 관련이 있다. 컨텐츠는 아이디어로도 존재하지만, 공간을 넘어 픽셀 안에서 존재한다. 픽셀을 다른 말로 하면 데이터다. 이 데이터의 조합이 창작물인 시대가 지금인 것이다. 누구나 복제할 수 있는 온라인의 특성상 지금까지 이에 가격을 매기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가 이모티콘이라 부르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누구가 문자 메시지에 이모티콘 모양을 무료로 사용했었다. 그걸 창작하는 사람들은 '재미'를 위한 행동으로 위로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인건비. 싸이월드로 갈 필요도 없지.  이모티콘을 카톡에서 사기 시작했다. 여기서부는 그냥 내 상상이다. 빈약하지만 이해 하려 노력하는 과정이다. 인건비가 오르고, 온라인 창작물들에도 값어치가 매겨져야 했다. 그걸 인정해야 하는 시대에 복제가 쉬운 온라인 컨텐츠이니 생산, 보관, 구매, 유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을 것이다. 창작자의 범위에 대한 논란도 생기는데, 미술을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가진 바운더리가 꽤 높다. 그들의 학제는 인정받아야 하니까. 그렇지만 디지털 컨텐츠라는 건 그런 시도가 아니어도 된다. 경계가, 담이 좀 낮아질 수도 있다. NFT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나오기도 한다는 점을 보면 그 경계가 무너지고 또 그것이 실존하는(실제로도 문제를 일으키는) 시간들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NFT의 활용을 부추긴다. 물론 NFT가 미술 시장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상에서 '저장'을 해두고 '소유'의 개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이용해서 소유권을 주장해야 했다. 미술이랑 잘 어울릴 수 밖에. 여기서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어라? 근데 ... 

인터넷 초창기를 기억한다. 물론 윈도우 97을 초창기라고 하면 안된다는 말을 할 수 있지만 온라인이 당연해지는 시기는 사실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재생산하고 나누고 공유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시기가 있었다. 온라인에 접속'만' 하면된다고 했다. 세상에 정보는 지금이 더 많겠지만, 그 당시 손흔들던 정보들에 있던 열정들을 기억한다. 지금은? 지금은 조금 애매하다. 정보는 제한적이다. 


다양한 정보들이 있다. 우리는 모두 접근이 가능한 것 같지만, 조금만 가까워지면 제한을 건다. 여기서 '비용'이 든다. 세상은 여기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줬다 뺐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다른 용어를 써야 한다. 분명 정보의 제한 이지만 이걸 '구독' 이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여기에 명분도 있다. 인건비. 서버비. 충분히 맞는 말이다. 그러니 유용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고 '구독'을 하면 더 좋은 정보(혹은 할인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NFT는 컨텐츠를 공유하고 즐기는 시도들을 위한 돈을 매기는데 있어서 '소유'의 개념을 함께 넣으면서 그걸 '구독'하는 사람들 혹은 구매자에게 그 권한을 양도하고 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있고, 작품 속 '참여자'가 된 기분으로 NFT를 통한 미술품 보유에 대한 감정을 인터뷰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을까 추측해본다. 결국은 온라인 상에서 '소유'라는 개념이 '공유'보다 커지는 과정에서 NFT는 수단이고 화폐인 것이다. 아마도 이 수단은 계속해서 다른 방식에 도전을 받을 것이지만,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소유' 개념은 점차 명확해질 것이다. 그럴 수록 초기에 있던 '공유'의 개념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읽으면서 좀 서글펐던 점이 바로 여기다. 결국은 정보에 대한 접근은 언제나 비대칭적일 수 밖에 없고 예술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불균형이 있다는 점에 대해 또 한 번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아직도 뭔가를 소유하는 것보다 공짜로 나누는게 좋다고 여기는 것 같다. 어른으로 가는 길이어서 그럴까. 물론 점점 생각이 바뀌고 이해가 된다. 창작자 역시 불공평의 피해자였기에 이런 구조들을 통해 장기적인 창작의 기틀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꼈다랄까? 근데 이거 맞나?...맞을까?


시작은 서평이었는데... 서평이라기보다 직장인의 글 읽기가 맞는 것 같다. 

미술품을 예시로,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실어놓는 것은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여전히 나는 NFT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온라인 평등 속에서 불평등(창작자가 손해보는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이 되고, 이런 과정들은 꼭 온라인이 아니어도 이미 이전에 비슷한 구조로 일어났던 일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지만 한글을 배우고 쓰는 것 역시 창작자가 정해져있었다. 책을 사기 위해 돈을 내야 했다. 그렇지만 한글이라는 수단이 있었기에 이후에 문화가 넓어지는데 영향력을 끼쳤던 것이다. 글 뿐일까. 음악이며 건축이며 다 마찬가지다.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은 결과적으로 문화의 창작, 확대 재생산, 유지, 그리고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평범한 직장인이다. 심지어 온라인 컨텐츠를 직접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서, 이 개념이나 실물적인 활용도, NFT 소유가 미술이나 온라인 컨텐츠에 미치는 실물적인 효과는 잘 모른다. 여전히 NFT라고 하면 아직은 트렌드를 먼저 앞서나가는 이들이 이득을 얻는 수단이라 생각한다. NFT로 돈을 벌기도, 그런 상상을 하는 것도 그래서인지 아직은 와닿지가 않는다.(그만큼 뒤쳐져 있다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쳐지지 않으려 나름대로 해석을 해본다. 내가 아는 지식으로 짜맞추고 이해하려고 해보고 하는게 최선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속에 있는 누군가의 인터뷰들은 NFT를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을 권한 사람에게 한계를 보여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원석 <테슬라 쇼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