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도모 Aug 27. 2024

내 부끄러운 취미, 게임-4

아이가 태어난 후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취미를 많이 가지게 해주고 싶어요."


한이 맺힌 걸 아이에게 풀고자 하는 것은 한국인의 미덕 아닌가? 나 역시 그 미덕을 따라 아이에게 취미를 갖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또 다른 양육자이자 주 양육자인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해봤는데 하나를 잘 하는게 중요해. 이것저것 다 건드려봤자 남는 게 없어."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사고를 확장하지 않는 꼰대의 정석 아닌가? 한국인과 꼰대가 만나 키우는 아이가 어떤 취미를 가질지 가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임이 부끄러운 이유 중에 하나는 돈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학생 시절에나 PC방에 돈을 갖다 바쳤지, 공부를 해야 했던 고등학생 시절에는 주말에 가는 PC방이나 집에서 하는 게임이 전부였다. 또는 책. 대학생이 되어 할 것이 널리고 널린 별천지였음에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나는 늘 하던 것에서 위안을 삼았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집에서 하는 스타크래프트가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고, 눈 떠서 리포트 한 자 더 써야 하는 시간에도 스타크래프트로 미네라를 더 채굴하곤 했다. '비트코인이나 채굴할 걸' 이라고 후회해봤자 너무 늦은 때였다. 회사를 다니고 데이트를 하고 돌아와서 혼자만 있는 시간을 보내게 해준 것도 게임이었고, 결혼하고도 게임을 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롤로 넘어갔을 뿐이었을까. 


그 와중에 나는 돈을 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다. 나는 그 흔한 롤에 스킨도 거의 사지 않았다. 캐릭터도 2~3가지만 하는 심해의 고인물이었다. 잘 하지 못하니 좋아하는 걸 하면서 다른 팀원들에게 피해를 줬다. 뭐 게임인데 뭐. 하는 마음으로 했다. 결혼하고 약간의 여유가 생겨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자 했을 때 스킨을 하나 사서 착용했다. 주구장창 썼다. 그걸로 내가 꽤나 기뻤다. 그렇구나 돈을 쓰는 것도 행복하구나. 


가난해서 돈을 안썼다는 그런 눈물 섞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을 쓸만큼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 다른 시간 때우기이자, 취미라고 말하기엔 소소한 책 읽는 것에는 꽤나 돈을 썼었다. 그게 남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다. 게임은 내게 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수단이었다. 나는 게임을 부끄러워했던 것이다. 한 번은 친구에게 '소녀전선'이라는 게임을 소개해준 일이 있었다. 내가 몇 개월 하면서 재미있어서 친구에게 소개한 것인데, 그 이후로 나는 질려서 그만두었었다. 그게 2016년 정도 였으니, 못해도 7년을 채운 시간이다. 내 친구는 여전히 그 게임을 한다. 많진 않지만 소소하게 현질도 하고 있다고 한다. (내 기준에선 많다) 하루 한 번은 들어가며 어마무시하게 성장한 아이디를 보면서 이동 중에 한 번씩 한다고 한다. 그걸 소개시켜준 나를 웃으면서 원망한다. 그 친구에게 다른 취미는? 운동도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일도 잘 한다. 게임도 종류를 훨씬 더 많이 한다. 나는 내심 그 친구가 부러웠다. 


게임이 취미가 되어 좋은 점은 돈이 들지 않는 것이라 했던 때가 있었다. 사실 돈을 써서 취미를 누렸을 때의 행복을 잘 몰랐다. 최대한 돈 없이 내 마음의 만족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전히 같은 마음이라 꽤나 그런 부분에서는 검소하다. 책을 읽으려 노력하는 요즘도 '밀리의 서재'나 '도서관' 검색을 애용한다. 좀 걸어가서 오랫동안 소장된 책 한권을 찾아 빌려오는 수고가 내게는 취미라면 취미다. 게임도 그랬다. 혼자만 뭔가 꽁냥꽁냥 즐거운 것이 취미였다. 조금의 투자를 해보고 내가 가진 것을 바꿔서 거기에 기대해보고 손해도 좀 보면서 좌절도 하는 그런 취미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였을까. 게임을 했지만 게임을 잘 못했다. 손도 느렸고. 열심히 발품 팔아서 책을 빌려오는 도서관과는 달랐다. 그렇게 자꾸 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무심히/그렇게 그냥/자꾸 지는 게임이 재미가 없어졌다. 


공허함이 찾아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부끄러운 취미, 게임-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