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가 취미인 사람이 있다. 나무위키가 무슨 취미냐고 했더니, 소파에 누워서 나무위키를 보고, 자기 전까지도 나무위키를 찾아들어가면서 보는게 정말 즐겁고 재미있다고 한다. 그렇구나 그것도 취미가 될 수 있구나.
이 글은 게임에 관한 글이 아니다. 사실 게임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내가 근 30년 가까이 취미라 여긴 게임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게임을 부끄러워하면서 그걸 취미라고 여긴 내가 부끄러운 것이다. 나도 나무위키를 보는데, 그것이 취미가 될 줄은 몰랐다. 간혹 스포츠를 보지만 정기적으로 응원하는 팀은 없다. 연고지에 따라 한화를 응원했던 것이 시작이었을까? 야구에도 흥미를 금세 잃고 말았다.
그러니까, 취미란 즐거워야 한다. 요즘에도 그런가? 예전에는 학교에서 나눠주는 종이에 '특기'와 '취미'를 적어야 했다. 항상 그것이 곤혹스러웠다. 특기란 무엇이고 취미란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더라. '딱히 잘 하는 게 없는 나 같은 아이도 특기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어린이였다. 아이가 생겼고, 나는 아이가 무언가를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아빠가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이걸 잘 한다고 스스로 여기고 응원받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은 아빠도 되었다. '즐거운 것이 취미일까?' 게임은 분명 즐거웠다. 하지만 학교에서 나눠주는 종이에 적을만한 것으로 적절한 것인가? 그런 고민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내 특기와 취미란에는 적절한, 그 중에서도 진실성이 조금 섞인, 독서 정도가 들어갔다. 훌라후프를 잘한다고 할 걸. 취미보다는 늘 특기가 어려웠다.
나는 대학을 잘갔다. 입시 스트레스가 심했던 편도 아닌 것에 비해 좋은 성적과 좋은 운을 가지고 좋은 곳에 갔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기준과는 별개로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잘 갔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곳에 가서 좋았던 점은 좋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가득했다는 점이었다. 특기나 취미 찾는 것을 평생의 숙제처럼 여기는 나에게 다양한 것을 취미로 즐기고 즐거워 하는 사람들이 눈 앞에 있었다. 마음 깊이 그들처럼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심지어 나처럼 자신의 취미가 뭔지 모르겠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날 수록 하면서 즐거운 무언가를 찾아냈다. 나는 그들 역시 좀 부러웠던 것 같다. 어쩌면 내 취미는 '질투'와 '시기' 그리고 '부러움' 아닐까? '어찌보면 SNS에 특화된 인간일지도 몰라' 라면서 시작한 인스타그램도 딱히 뭐 올리질 않는걸 보면 그냥 마음에 있는 작은 감정들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게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꽤나 좋은 일이었다. 내 아버지는 바둑을 간혹 했다. 어머니는 간혹 책을 보셨다. 삶에 지치면서 그것들이 퇴색했지만 그건 꽤나 좋은 기억이었다. 나는 바둑을 두진 않지만, 바둑을 배고 싶다고 생각해서 바둑부에 잠시 들어갔던 적도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가지게 된 생각은 아이에게 좋은 취미를 가지게 해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 삶을 즐기는 모습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아직 어리니까 조금 더 내게 시간이 있지 않을까.
게임은 그래서 즐거웠냐고? 그렇다. 나는 게임이 즐거웠다. 언젠가 아이가 게임을 하면 나도 즐겁게 게임을 하던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때는 좀 부끄러웠다면서 그것도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너도 딱히 잘하는게 아니면 못함을 부끄러워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적어도 네가 겪는 이 삶이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진 않을지라, 네 가 걷는 길의 발걸음을 흥을 실어 거닐 수 있다 알려주고 싶다.
최근에 모바일로 나온 영웅전설 가가브 트롤리지 라는 게임을 시작했다. 추억도 좀 살리다보니 재미있다. 그리고 다시금 느꼈다. 게임이 재미있다. 그냥 이기는 거 말고 스토리 따라가고 전략도 좀 짜는데, 그보다 새로운 세상을 막 창조해나가는게 참 즐거웠던 것 같다. 숨은 이야기를 찾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잠시 숨쉴 수 있는 시간들이 즐거웠던 것 같다. 전에 그 부끄러운 게임들이 그냥 헛으로 지나간 시간들은 아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