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도극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영 Jul 28. 2021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든다

청춘 선거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에 출마한 만 32세 고은영.

바꾸고 싶어서, 바뀌고 싶어서 선거에 뛰어든 사람들.

맨땅에 헤딩하면 어떤가. 맨날 후달리면 어떤가.

‘청춘’을 유일한 ‘선거전략’으로 삼았다?

무모하지만 판타스틱했던 청춘들이 온다

(출처 : 다음영화 movie.daum.net)




2018년 제주 지방 선거에 푸른 물결이 흘렀다. 승리한 적은 없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제주도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달렸던 시간의 기록.


30대, 여성, 육지 사람으로서 섬사람들만의 끈끈한 괸당 정치에 도전하는 고은영 후보는 유세가 진행될수록 눈빛이 반짝반짝 살아나며 녹색당 후보로서의 위용을 갖추어 가고, 80년대 민주주의 운동 및 진보 정당 경험을 바탕으로 단단하게 고 후보를 지원하는 사무국장 윤경미님, 제주도 토박이로 친화력과 체력을 갖추고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출마한, 정치하는 엄마 오수경님. 한 팀이 되어 선거를 치르는 세 사람이 영화를 이끈다.


씩씩한 세 사람과 더불어 자꾸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올해 초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활동가 김기홍님이다. 녹색당의 비례대표 후보로서 부끄러워하면서도 씩씩하게, 활짝 웃으며 자신이 자란 동네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기홍의 얼굴은 조금씩 어두워진다. 그리고 유세 일정이 모두 끝난 뒤, 선거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지워지는 것 같은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서운함과 선거운동이 모두 끝난 뒤 유세 과정에서 자신이 느꼈던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건 분명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기존 지지율 1%도 되지 않았던 제주 녹색당은 선거 운동 기간을 거쳐 최종 지지율 약 5% 까지 약진한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응원하게 되는 성실한 녹색당원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인권, 환경 등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고자 하며, 기존 방법을 답습하지 않으려 애쓰며 끊임없이 토론하고, 한정된 자원의 한계를 인정하고 선거에 임하는 사람들을 보며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내년 대선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어마어마한 자본과 이력을 앞세운 기성 후보들에 맞서 어떤 새 인물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쩌면 결국 어디서 많이 봤던 사람들이 나와 그 나물에 그 밥인 선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히 지레 포기하지 않고 이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끝까지 내고자 국민 앞에 나선 후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주는 표는 결코 사표가 될 수 없다. 그 표들이 쌓이고 쌓여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청춘 선거 Vote Young Ones

민환기 / 99분 / 다큐멘터리 / 한국 / 2021

매거진의 이전글 손 잡고 함께 걸어야 하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