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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eclee Apr 15. 2024

〈7'〉불혹(不惑)의 SK텔레콤

[이내찬 교수의 광고로 보는 통신역사]

기고문 『〈7〉 불혹(不惑) 맞은 SK텔레콤: 발자취와 도약』 ([이내찬 교수의 광고로 보는 통신역사], 전자신문)을 수정·보완해 보았습니다. 

 

광고로 읽는 SK텔레콤의 성장과 의지        


창사 기념 광고를 살펴보면 당시의 시대상과 SK텔레콤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10주년에는 ‘220만 삐삐 고객의 증언’이라며 그간 SK텔레콤이 노력해 온 의미를 상기시킵니다. 한국이동통신 시절로 지역 경쟁과 사업자식별번호 012를 부여받은 때입니다. 20주년에는 배우 한석규가 대나무 숲을 스님과 거닐며 ‘때로는 잠시 꺼두셔도 됩니다.’라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통화가 가능’해진 이동통신이 가져온 변혁의 메시지를 싣습니다. 30주년은 '찾아가자!’라는 통화·데이터 경품 행사를 벌였고 불혹의 나이를 맞이한 2024년에는 그간 SK텔레콤이 걸어온 길을 회상하면서 글로벌 AI 회사로의 도약을 다짐합니다. 




SK텔레콤의 역사는 곧 이동통신의 역사      


SK텔레콤과 이동통신기술·시장은 탄생과 변모의 궤를 같이합니다. 창사 40주년을 기념하는 10대 뉴스([창사 40주년] SK텔레콤 10대 모먼트)의 절반은 기술 진보와 시장구조의 변화가 차지합니다. SK텔레콤은 차량 전화에서 개인 휴대전화로의 전환(1G), 디지털화로 구현한 청량한 음색(2G), 영상통화로 대표되는 진정한 데이터 전송의 갈망(3G), 올 데이터화의 실현(4G) 그리고 AI 주춧돌(5G)로 변해온 이동통신기술의 진화에 동참했습니다. 



변모도 빨랐습니다. 5개 사업자가 진입하여 경쟁이 치열했던 이동통신시장에서 ‘90년대 말 시너지 추구를 위해 신세기통신을 합병했고, 2000년대 말에는 유·무선통신과 방송의 기술·상품 융합 시대에 대비하여 하나로통신을 합병했으며 2010년대 중반에는 케이블사업자인 티브로드를 인수함으로써 방송 통신 융합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출처: [이내찬 교수의 광고로 보는 통신역사3〉 시장을 일군 통신 어벤져스     


세계화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퀄컴과 공동으로 개발한 2G의 CDMA 기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중, 베트남 등의 통신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고 2010년 중반 4G 기술을 세계최초로 LTE-A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동남아에 자문하기도 했습니다.      


AI 생태계 구축을 향한 열의       


글로벌 AI 회사로의 변신은 SK텔레콤의 현안 과제입니다. 하이닉스는 만년 규제 산업인 국내 통신 사업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IT 두뇌 칩을 생산하는 전초 기지로 성장했습니다. LLM(대규모 언어모델) 기반의 개인화된 AI 비서(PAA; Personal AI Assistant) ‘에이닷’도 개발했습니다. PAA의 글로벌 확산을 지향하는 ‘AI 서비스’ 층을 정점으로 통신과 신산업(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헬스케어)을 접목하는 ‘AIX’ 층 그리고 ‘AI 인프라’(AI 데이터센터·칩세트 및 LLM)로 구성된 삼단 피라미드의 AI 생태계 조성은 SK텔레콤의 중요한 지향점입니다.      




출처: 40주년 기념 사사(SK텔레콤)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SK그룹은 전사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환경 조성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 IMD·WEF의 주요 지표로 구성한 ‘기업 지배구조지수(2019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3.68점(10점 만점)으로 OECD 평균(5.72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36위(37개국 대상)로 최하위권에 있습니다(졸저 『부유한 경제 가난한 행복』, 2022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기업 운영과 사회공헌이 절실한 이유입니다(최태원 회장은 언제 행복을 느낄까?, 3프로TV).      
2000년 중반부터 회사의 지향점에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라는 목표를 추가하였고 2010년 말부터는 간접적 경제 기여도와 환경·사회·거버넌스(ESG)에 의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여 성과 지표에 반영했습니다. SK텔레콤이 5G를 공공 분야에 응용하고자 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일지 싶습니다.      


고민해야 할 부문도 적지 않아     


그러나 도약을 위해서 넘어야 장벽도 녹녹지는 않습니다. 당장은 규제 리스크입니다. 통신 네트워크는 글로벌 AI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인 동시에 엄격한 규제대상입니다. 이동통신요금 규제가 완화되었다지만, 여전히 정치 논리에 좌우되어 과거와 별반 차이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객이 비싼 단말기를 구매하는 호갱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만든 단통법은 사업자의 가입자 탈취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일반 기업과 같이 가입자 점유율을 무작정 확장할 수 없는 것도 한계이지만, 반복 학습으로 성장한 후발사와의 경쟁도 만만치 않습니다. SK텔레콤 자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지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조변석개로 구축되고 있는 AI 생태계에서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오픈AI의 챗GPT는 종합포털시장에서 MS·구글·네이버의 LLM 경쟁을 부추겼고 문장을 그림·동영상으로 생성하는, 인간의 오감을 AI로 구현하는 멀티모달로의 확장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하이닉스·삼성전자는 AI 칩세트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고 갤럭시·아이폰은 AI 스마트폰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오픈AI는 챗GPT를 중심으로 자체 CPND의 AI 생태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조차 보입니다. 에이닷이 음성 녹화 기능과 같이 특화된 활용 용도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 앞으로 조직은 더욱 수평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SK그룹은 2000년 중반부터 수평 문화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의 모색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인내하지 못하는 ‘불확실성 회피성(uncertainty avoidance)’을 일소하기 위한, 스타트업에 필적한 자유도가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간섭과 통제가 강해질수록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구성원의 도전 정신은 퇴보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조직을 뇌까려 두라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세상은 역병·지역분쟁·환경오염으로 혼탁해지고 있고 언제 예기치도 않던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SK텔레콤이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양립하기 위한 작동 원리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표가 많으면, 마치 이성(異性)에 대한 조건이 많을수록 이상(理想)이 되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달성도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비약적인 생산성과 수익력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구성원의 자유와 행복이 자발적 참여와 창의성으로 발로되어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아무쪼록 SK텔레콤이 만들어 온 40년의 세월을 넘어서 미래 통신역사의 획을 긋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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