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자녀들은 한 프랜차이즈에서 꽤 오랫동안 알바를 했었다.
'꽤 오랫동안...'이란 표현은 그들의 기준이지 내가 아니다.
그래도 그 공간이 저들에게는 직장동료란 호칭도 부를 수 있고
텅장을 채우는 통장의 주원이며
그만큼 돈버는 게 어렵다는 현장실습장이었다.
날마다 수백명의 고객과 상대하면서
세상에 진상은 늘 같은 양만큼 존재한다는
'진상보존의 법칙' 이 있다며 열을 내기도 했었다.
"엄마, 8개월이면 진짜 오래한거야"
그만두겠다. 그만두자. 에이 관둬란 말이 여러 번 나올때까지 버티더니
기여코 1년을 채우지못하고 그만 두고
막상 새로운 알바를 구하기가 쉽지않은 모양이다.
그러더니 아들의 친구가 프로모션이 걸리면 밤샘작업을 한다는 마000, 쿠0등
창고형 알바를 몇 번 하는데 갔다오면 다음 날 오전 내내 뻗은 모양새다.
물어보니 요즘 일부 대학생들은 돈 떨어지면 며칠 연속으로 일하고 말고 또 일하고를 반복한다더라.
나도 창고형 알바를 해보았다. 너무 힘들었다
나도 사람에게 치일 때는 벽보고 일하는 단순작업을 했으면싶다.
아무 생각없이 인형눈이나 붙히고싶다란 생각마저 든다.
그 마저도 없는 요즘이니 지난 해, 코로나환자가 엄청 늘었을 때
상당히 좋은 조건의 프로모션이 걸렸다길래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이런 일을 며칠 더 해 본 아들은
" 엄마, 일 너무 빨리 하려고 노력하지마. 엄마 혼자 일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냐. 엄마 한 사람이 아줌마의 광속도로 일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져"
아줌마
아줌마들의 손이 얼마나 빠른지
살림경력 몇 년인가?
어려운 일도 아니고 박스에 담아 레일에만 올리면 된다는데 그게 뭐이 어렵다고 큰 소리를 쳐댔는데
막상 해보니
청년들이 훨씬 일을 잘하더라.
작업은 단순했지만 시간 내내 서있는 것, 화장실이나 물 한모금 마실 생각도 못하고 쉬는 시간 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새벽 귀가하는 게 문제였다.
안내된
그들의 셔틀버스는 내 작업이 끝나도 모든 작업자들이 나와야 운행이 되는 시스템이라
버스안에서 1시간 30분을 기다리고나서야 출발하는데
시간을 알려주지않는 기사아저씨 뒤통수를
여러번 째려보았다.
왜 아무도 출발에 대해 묻지않는걸까
함께 간 동네아줌마들만 안달이다.
다음 날 늦잠은 당연, 허리아파, 다리아파., 두 번은 못하겠다며 손서레를 친 그 포장알바를
우리 아이들은 턱하니 잘도 하더라.
실제로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하고 비슷한 또래들이 99프로였다.
우리같은 동네 아줌마, 아저씨는 본 기억이 없다.
모두들 검은 외투에 말없이 손만 움직여
찰리채플린의 영화가운데 모던타임즈에서 나왔던 공장씬이 떠올랐다.
창고알바를 해보니 아이들이 간간히
"돈 떨어졌는데 00가 갈까?"
하면 말리게된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일을 돈 떨어지면 내리한다구?
20대를 뽑는 카페나 서빙이나 좀 더 쉬운 알바 많잖아? 떠날 때가 어려워요
요즘 기사를 보니 구인구직이 둘 다 어렵다고 한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알바생을 구하지못해 사장 본인이 하루 14시간 이상을 일하고
정작 20대들이 선호하는 건 프랜차이즈, 편의점이란다. 그게 수요가 적으니 차라리
배달이나 창고형알바를 하면 했지 작은 음식점은 잘 안간다고한다.
" 그만둘 때 힘들다."
가 이유
" 저 그만하고싶어요"
이 말이 어렵단다. 관계의 형성은 괜찮은데 그 관계를 끊는 게 어렵고 불편하단다
" 저 그만둘께요" 란 이 말만큼
" 너, 내일부터 나오지마" 란 말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일 것 같다.
관계형성은 쉬어도 그 관계를 종료한다는건 일종의 거절의사와 같다.
고용주: 실컫 가르쳐놓았더니 또 그만둬? 그렇게 짧게 일할 걸 왜 오래 한다고 했어?
알바생: 그만두고싶은데 뭐라고 해야하나...그냥 힘들다고? 아니면 집안 사정이 생겨서?
다른 알바자리가 나와서? 그냥 그만두고싶다.
이러니 몸이 힘들어도 포장알바를 선택하나보다.
근무자나 고용주나 서로가 쿨하게 보낼 수는 없을까?
젊은 알바생, 왜 그렇게 대답하지?
아이스크림가게에 갔을 때
이름만 봐서는 무슨 맛인지 가늠이 안되어 무슨 맛이냐고 물었더니
알바생 왈
" 안먹어봐서 모르겠는데요"
황당했다.
아줌마들이라면 이렇게 대답하지않지. 어떻게든 손님에게 어필해서 하나라도 더 팔라고 하지않겠어란
내 말에 딸은
" 엄마같이 질문하는 사람 없어"
나의 경우는 아니지만 돈가스집에서 이벤트 가격할인이 되는 상품이 있었단다.
지인이 아무 생각없이 왕돈가스를 주문했는데 계산할 때 이벤트 문구를 본 거다.
" 아니, 왜 이 이벤트에 대해서 안내해주지않았나요?"
" 손님이 안물어보시고 바로 왕돈가스 주문하셨잖아요"
이벤트라는 게 홍보의 목적일텐데 안물안궁으로 끝날게 아니지않나
지인은 가격할인을 못받아서가 아니라 가게 일에 관심없는 알바생의 말투가 화가 난거다
그래도 요즘 청년들, 우리 때보다 힘들지
동창들을 만나면 우리 애들 힘들다..우리 때가 좋았다란 말을 여러 번 한다.
자녀들 나이가 청년들이니 부모의 마음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
어른들과 달라 뭘 해도 진득하지않고
말도 짧고 어쩌니 해도
공부하기가 쉬운가
직장들어가기가 쉬운가
결혼해서 집장만하기가 쉬운가
아이 기르기가 쉬운가
개인적으로 공부하기가 제일 어려워보인다.
학교에 학원까지 하루 12시간 넘게 책상앞에 있으니
그러고도 인서울대학가기가 좀 어려운가?
20대 청년들이 가입한다는 청년희망적금
월 50만원씩 2년을 넣으면 나라에서 100만원이상의 이자를 준다고 해서 작년 이맘때
소득세증명서 발급받느라 부지런떨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오늘 기사를 보니
어려워그런지 그렇게 가입하기 어려웠던 청년희망적금이 무려 30만좌나 해지되었단다.
" 우리는 청년절망적금이라고 불러"
그 50만원 채우느라 뭘 할 수가 없단다.
힘든 알바해서 그 적금을 채우느라 정작 변변한 옷하나 살 수가 있나
화장품을 살 수 있나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왜 웃음이 나올까
기가 막혀서일까
그래봐야 알바비정도 버는 아이들이 그 돈을 마련하느라 포장하고 서빙하고
배달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런데도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청년도약계좌는 진짜 희망이 되었음
이제 곧 출시될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5천만원을 모을 수 있다고 한다.
월 70만원씩 5년을 모으고 나라에서 그만큼의 이자를 준다고 한다.
단, 연소득이 얼마이하, 가정도 중위소득이어야하는등의 조건은 있나보더라]
그게 문제다.
소득
안정된 샐러리의 직장을 다니는 청년들에게는 5년에 5천만원 모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지만
그렇지않은 청년들에게 월 70만원씩 5년을 넣는다는게 쉬운 건 아닐게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나를, 우리를 안쓰럽게 보셨다.
공부하기힘들어서 어떻하니
직장다니기 힘들어서 어떻하니
그래도 당신들보다는 편하게 살기를 바랬기에
공부 좀 잘하면
여름에는 시원한 곳에서
겨울에서는 따뜻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믿었다.
청년희망적금을 청년절망적금이라고 부른다는 요즘 청년들
힘을 내요!
덧붙혀
내 아이를 포함해서
내가 해주고싶은 말이 있다.
" 저축은 약간 버거울정도로 해야 돈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