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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제방, 거제맛봄

by 유원썸

아무튼지 "금" 이란 글자가 들어 가 좋지않은 게 없다.

소금

황금

지금

이 세 가지는 신이 주신 세 가지 금이라했으니 더더욱 좋지만

금강산, 소금산, 해금강처럼 지명에서도 '금'은 본만큼 이익이다.


무척이나 뜨거웠던 올 여름, 안 가본 곳을 고르다보니 거제다.

희한하게도 거제는 처음이나 해금강에 대한 기억은 있다.


북한에 금강산이 있다면 한국에는 해금강, 바다의 금강산급이니 얼마나 멋질까

꽤 오래전이 왕년에도 그렇게 들었었고

올해도 그 말보다 더 한 표현을 찾고싶을만큼 멋진 뷰였다.


거제는 경상남도에 위치한 시(市)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기도 하다.

위키백과에 의함 남해의 리아스식해안으로 절경의 자연경관과

일본과 가까운 이유로 이순신장군의 한산도대첩이 일어 날 정도로 왜구침입에 취약하고

6.25이후에는 거제포로수용소가 있었으니 안타까움과 감탄사가 공존하는 곳이기도하다.


두 번째로 큰 섬인만큼 렌트카로 제법 달려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거제여기저기.

해금강, 포로수용소외에도 외도, 바람의 언덕, 근포땅굴...사진맛집에 힐링포인트가 여럿이라

1박2일 쉬지않고 움직여야했다.


그렇게 큰 섬을 1박으로 해결하겠다란 게획이 욕심이다란 생각이 들었지만

뜨거운 태양, 양산과 모자로 겨우 막아가며 움직인 덕택에 눈호강은 제대로다.


태어날 때부터 으뜸장원급인 해안선은 두 말해야 잔소리다.

어디를 가나 어디서 보나 그냥 지존이다.

그저 너는 너무 잘났다, 너무 멋있다, 사람으로 따지면 황금수저라고할까

잘나려면 이 정도는 되야 토를 달 수가 없나보다.


해금강을 제대로 보기위해 현지인이 알려준 우제봉으로 향한다.

가는 길은 동백나무가 즐비한 오솔길이라 그나마 덜 더웠고 비가 간간히 와 준 덕분에 폭신폭신 가뿐히 오를 수 있었다.

가뭄을 해결키위한 기우제를 드려 우제봉이란 이름과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기위해 서불이 찾아와 서불과차란 글이 있었다는 우제봉에서 바라 본 해금강, 역시 너는 잘났다, 넌 너무 멋있다란 표현외에는 없다.


뜬금없이 우리나라의 여자 탑연예인의 미모를 설명하는 한 기사가 기억난다.

'어떤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완벽한, 완벽한 미모'

해금강유람선을 타고 지나 간 십자바위까지 불 수 있는 우제봉에서도 그 완벽한 미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현지인이 꼭 가보라는 이유가 있다.


평범한 모습이었을 근포땅굴은 누군가의 사진이 힌트가 된 포토맛집이다.

일제강점기때 포진지역할로 파놓았던 것으로 H자 모양의 땅굴, 그냥 찍었을 뿐인데 그냥 멋졌다.

입구에 1인당 3분이내의 촬영이란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3분이내로 끝날 수 없다란 걸 가늠했다.

날은 덥고 별도로 안내인도 없으니 그저 서서 기다리는 게 최선인 상황에서 드디어 새치기 발생


보는 눈이 꽤 많음에도 새치기를 하고 삼각대롤 하고 3분이상을 소요한 관광객에게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 중간에 새치기하면 어떻게 해요?"" 몰랐어요"

" 저기 기다리는 거 안보여요?"" 그냥 말함 되지 왜 갑자기 화를 내요?"

이후 두 팀의 험한 욕설이 오갔지만 누군가 큰 소리로 자제할 것을 명령(?)했고 새치기가 보는 눈을 이길 수는 없었는지 서서히 꼬리를 내린다. 안내인이 없으니 이런 일이 난다며 투덜대기도하고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그런 모든 험한(?) 과정끝에 만난 땅굴은 더할 나위없이 시원했고 내 눈에는 근사했다.

MZ세대인 아들에게 자랑하니

" 이게 무슨..."

이라며 거제카페에서 만난 시그니처커피에 더 관심을 보인다.

하기사 경치가 보이면 나이든 게 맞는가보다.

근포마을회관앞 커다란 정자에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한 어르신이 꾸부정한 허리로 들어서는데도 아무도 대우하지않는다.

더 구부정한 어르신이 나타나자 " 형님, 어서 오소, 더운데 뭐하러 나왔소" 란 대우를 그제야 한다.

오가는 대화와 두유가 정겹다.

여서는 어르신위에 더 어르신, 그 위에 어르신, 인구 5천만중에 1천만이 노인이라는데

여서는 70대, 80대는 경로당 마당부터 쓸어야 할 청년인가보다.


개인이 소유한 바람의 언덕은 인산인해다.

남해안의 절경도 감상하고

이국적인 풍차도 감상한다.

종일주차에 무조건 3천원이다.

좋은 구경끝에 나온 이야기는 역시나 조상덕이다.

조상의 선산와 후손의 아이디어, 시너지효과가 대단하다.

빠르게 걷고 빠르게 에어컨을 키고 이동한다.

하나라도 더 보기위해 서두르기를 잘했다.

1박이 아쉬우니

2박을 하면 더 좋고

1주일, 한 달을 살아봐도 좋겠다란 충동계획을 얼른 해본다.


안타까운 건 하다못해 숙박업소에서도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

기가 막힌 뷰지만 비교적 원거리에 있는데다 더 좋은 여행지와 경쟁하기엔 뒷심이 딸렸을까

문닫힌 대형 숙박업소가 눈에 띈다.


우제봉에 설치한 포토프레임에도 거미줄이 얼기설기다.

해금강이란 이름이 붙은 숙박업소는 왕년 수백명이 묵었을 규모다.

한 여름 한 철 장사겠지만 밥상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주민들

어느 사이 구부정한 노인이 되고 더 구부정한 노인이 되어 형님소리를 듣는게 아닐까


그 와중에 거제가볼만 한 곳의 다수는 서울말을 쓰는 직원들이 주문을 돕는 대형카페들이다.

자연과 인공을 적절히 믹스하고

넓고 시원하고 서울도시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베이커리와 시그니처급커피,


4-5시간을 달려왔는데 또 도시말씨가 잔득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맛있네, 음 맛있어, 저기 좀 서봐, 사진찍게"로 거제여행을 표현한다는 게 살짝 아쉽긴하다.


과거의 유배지중 하나였던 거제

유배지가 사실 한양에서만 원거리일뿐

지형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 얼마나 가치있는 곳이었는지 다산, 단양, 제주, 영월등을 예를 들어본다.


거제를 떠나며 마지막 한 마디

"넌, 너무 잘났다. 그냥 넌 최고야"

국내여행, 맛집이고 멋집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구설수가 더러 눈쌀을 찌푸리게하나

그래도 국내여행은 해외여행과 비교할 수 없는 가성비갑.


자연도 좋고

조상도 좋으니

후손들끼리


새치기말고

갑질말고


재미지게 즐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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