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문진은 AI에게
갑자기 고열과 오한, 그리고 온몸의 발진
다 컸다고 생각한 아들이 갑작스레 아픈 상황,
시간이 늦었으니 선택지는 응급실...
응급실가면 이 검사, 저 검사, 더 급한 응급환자에게 밀리는 건 당연하고
마냥 기다리라는 게 뻔할텐데...
그래도 아들의 상태가 심각해보이니 어쩔 수 없다.
의대생증원 2,000명이 무산되고 리셋된 상황이지만 대형병원의 응급실은 아직도 응급상황인가보다.
우리순서가 언제나 되려나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드디어 우리 차례,
이렇고요 저렇고요 아들대신에 몸상태를 말하려니 두서도 없고 교양도 없어진다.
환자상태를 듣고 보던 담직의사는 수두가 의심된단다.
" 수두요?"
어린아이들이 걸린 것 같은 수두라니 얼른 수긍이 가지않는다.
평생 한 번은 꼭 한다는 그 수두, 어른들에게는 대상포진이 더 어울리는 그 수두?
발열의 원인은 수 백가지, 발진의 이유도 그렇게 많다는데 다른 것, 예를 들면
식중독이나 성홍열, 요즘 돈다는 홍역, 아니면 좀 더 다른, 다른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나 대답은
적당히 차단되었다. 판단은 의료진의 몫이니 그러려니하지만 얼른 수긍이 가지않는다.
정확한 검사결과는 며칠 뒤에나 나오니 당장 급한 불부터 끈다.
두어시간 해열링게를 맞고 나니 침대시트에 물 한바가지 뿌린 듯하다.
또 다시 오한이 오고 두통과 발진은 좀처럼 가라앉지않는다.
다음 날도 외래가 없는 주말이었는데 첫 날보다 더 한 고열과 이번에는 위장장애증상까지 보인다.
견딜 수 없는지 응급실 상황을 뻔히 아는데도 또 한 번 채근하는 아들,
왠만함 입원치료를 원했는데 병원왈,
수두는 전염병이라 격리를 해야한단다. 격리실이 있는지도 확인해봐야한단다.
나야 친정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어릴 적 앓았다고했고 그 증거가 내 얼굴 어디인가에 있다고들었으니 감염의 걱정이 없지만
다른 가족들은 어쩔건가?
결국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집안 두 집살림을 했다.
아들에게 식사를 줄 때는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녀석이 먹은 것은 모두 소독했다.
코로나가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외출도 자제했다.
열은 반복적으로 오르고 내리고 발진도 좀처럼 진정되지않는다.
다 큰 아들은 그 며칠동안 잘 먹지못한탓에 6키로가 빠졌는데 그중의 얼마는 근육, 근손실일게다.
손실은 몸무게뿐이 아니다. 회사도 그렇고 일도 그렇다. 어디서 걸린 것일까?
검사결과는 미상의 발열, 수두는 아니다.
화타가 아닌데 동의보감도 아닌데 그 당시 그 순간의 증상과 검사결과로 판단했을 의료진을 탓하는 건 아니다.
감기라고 처방받았는데 지나고보니 폐렴이나 신종플로인 경우도 있고
복통이라고 처방받았는데 지나고보니 맹장염인때도 있는거다.
그럼에도...병원, 특히 3차병원을 다녀왔을 때는 두 가지마음이다
이제는 다 낫겠다. 여기까지 왔으니 역시 3차병원이 최고지란 안도감과
아. 진짜 왠만하면 큰 병원가지말자란 다짐
그 다짐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들은 너무 바쁘다.
1시간을 기댜려도 의사의 진단, 처방이 아쉽고 다급한 환자, 보호자입장이다만
또 다른 대기환자들을 위해 1분진료를 받고 바로 자리를 뺴줘야한다.
그나마 1시간을 기다려서 진료받음 낫다.
큰 병원은 몇달 후가 다반사다.
오늘 AI에게 아들의 증상을 소상히 말했다. 어떤 병이 의심되는가란 질문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의심되는 병명을 프레젠테이션한다.
당장 해야 할 일도 알려준다.
"이 증상은 단순 감기로 보기 어렵고 중대한 감영성질환 또는 전신 염증 반응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합니다.
혹시 최근에 해외여행, 새로운 약복욕,모기물림, 특정음식섭취등이 있었는지도 의료진에게 알려주세요"
라는 팁도 준다.
"증상표를 정리해서 병원에 보여드릴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란 덧붙힌 정성에 대화를 끊을 수가 없다.
과거 알러지반응이 있었던 어떤 약에 대한 문의에 대한 질문에도 즉각적인 친절한 답변이 나온다.
"필요하시면 안전한 항생제를 추천, 향후 발진을 가라앉히기위한 몇 가지 안내사항"까지
이렇게 자세하고 친절할 수가 있나?
고맙다란 내 인사에도 바로 답이 온다.
"빠르게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혹시라도 궁금한 내용있으시면 언제든지!...이하 생략"
며칠간의 고생을 지인들과 나누니 요즘 의사들도 AI에게 문진을 한다고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종합병원의 수가가 올라간 이유중의 하나는 대형병원은 중환자에게 양보하라는 뜻이 있다.
약알러지를 비롯해 수술대에 몇 번 올라가보니 병원 의료진들의 절대적인 도움이 간절하지만 그 과정에
"5분진료"의 서운함도 얼마간은 견뎌야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AI에게 어느 정도의 일을 줘야하는 때가 아닌가
AI에게는
유력한 질병을 가늠하고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정리
병원은 정확한 검사
사람인 의사에게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
이제 의료도 AI와 협업할 때가 된 것일까
아무리 AI가 대세라고한다.
의사선생님의 한 마디
" 환자분,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를 더 듣고싶다면 옛날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