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을 보고
“(중략)만리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잊지못할 이 세상, 저하나 있으니 빙긋 웃으며 갈 그런 사람, 그대는 가졌는가...(생략)” 함석헌님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란 시의 한 대목이다. 얼른 떠오는 것이 우정이다. 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역시 가족, 연인이 아닌 지속적인 우정을 떠올린다. 친구, 가족만큼 소중하고 신경쓰이는 존재, 친구는 어떤 인연일까?
초등학교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의 우정, 사랑, 일을 다룬 드라마 ‘은중과 상연’이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김고은, 김건우, 박지현등이 출연한 총 15부작이 한 번에 공개되어 작정하고 봄 하루 이틀에 끝낼 수 있는 드라마다.
지란지교같은 친구, 그런 친구의 엄마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살던 은중은 새아파트에 이사 온 상연의 등장에 기가 죽는다. 외모좋아 공부 잘해 잘 살아 거기에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선생님을 엄마로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연은 늘 오빠가 우선인 엄마의 애정에 갈등을 느끼고 친구가 많은 은중을 부러워한다. 각자의 부모보다 친구가족을 더 의지하는 두 사람의 콤플렉스가 통했는지 누구보다 친한 친구가 된다.
예상치못한 전개, 상연은 오빠의 자살이후로 집안이 풍비박산이다. 부모는 이혼, 학교를 그만두고 은둔청년으로 산다. 오빠와 같은 동호회를 했던 상학은 방구석에 있던 상연을 세상으로 끌어내주지만 상연의 집착대상이 된다. 오빠의 자살이 궁금했던 상연이 그 비밀을 캐는 과정에서 상학, 은중, 상연 이 세 사람은 위태위태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파국으로 세 사람의 청춘은 끝났음에도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을 한다란 과한 설정으로 세 사람은 다시 연애와 우정사이를 갈등한다. 은중의 사랑을 훼방하고 친구의 아이디어를 훔쳐 대박났지만 임종을 앞두고 재회한다란 내용, 어찌보면 MZ세대들의 감성팔이 신파라고할까
매체에 따르면 감독은 ‘동행’을 표현하고싶었단다. 친구와의 동행, 가족간의 동행, 연인과의 동행,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정말 득이 되는 동행은 얼마나 될까 생각게 하는 드라마다.
조금 잘해줘도 감사한 친구의 어머니, 아홉을 받아도 부족한 내 어머니
극중 은중은 여덟살부터 어렵게 살았지만 그래도 소통하는 어머니가 있다. 대충대충 듣는 것 같아도 자녀의 친구, 성적, 학교생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에 비함 상연의 어머니는 직장에서는 따뜻하지만 정작 자녀에게는 엄격하다. 타고 난 머리도 있겠지만 자녀들 모두 공부를 잘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을까, 한 번쯤은 자녀편을 들어줄만한데도 그럴 마음이 없어보인다. 경제적인 여유가 넘치는 집안임에도 대화가 없는 상연이의 가정, 아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좋아하는지 자살을 한 뒤에야, 그것도 딸의 이야기를 듣고나서야 알게 된 부모, 그러니 상연의 빈 마음, 빈 시간은 누가 채울 수 있었을까? 아들의 자살이후에도 어머니는 곁을 내주지않는다. 사랑을 줄 때, 혹은 받을 때는 무조건 넉넉하게 주고 받아야한다. 은중의 연애가 실패한 건 상연의 방해가 9할이다. 속도 모르는 엄마는 다 큰 딸의 연애보다 우정에 신경쓰라고 조언한다. 답답하다. 각자의 어머니는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했겠지만 자녀들은 부족함을 느낀다. 조금만 잘해줘도 감사한 마음이 드는 친구의 어머니, 아무리 많이 받아도 모자른 내 어머니, 내 가족. 기대치가 다르기때문일까
잘해주고 상처받는다
은중과 상학은 잘해주고 상처받았다. 어릴 적 상연이의 오빠와 그 어머니를 좋아했던 은중은 큰 상처를 있는 상연이가 그저 안쓰럽다. 멀쩡한 집을 놔두고 상연과 자취를 하는가하면 자신의 연애에 늘 상연을 끼운다. 상학역시 관계의 균형을 잡지못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놓친다. 사랑이 집착이 된 상연이만 탓할 게 아니다. 분명한 선을 긋지못하고 여지를 남겨 둔 상학이 실연한 이유다.
오래 된 친구라해도, 존경했던 선배의 동생이라해도 자신의 것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극중 은중 성격의 장점인 ‘ 자기 것은 지킨다’ 가 왜 우정과 사랑사이에서는 반영되지않았는지 실화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대목이다.
너무 좋은 친구 VS 너무 나쁜 친구
친구, 친구, 얼마나 중요한 관계인가. 친구덕분에 학교생활이 즐겁고 직장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가족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나누고 위로받고 위로해주는 친구. 애나 어른이나 친구만한 보물이 없다. 가족여행도 즐겁지만 친구들과의 여행은 더 들뜨고 더 설렌다. 학창시절의 친구가 좋은 이유는 함께 성장하기에 그렇다. 은중과 상연도 분명 그런 친구였다 그러나 친오빠의 사고를 핑계삼아 스스로를 가두고 멘토를 거부했다. 아버지를 여읜 은중은 가난과 장녀를 견뎌내 성장했지만 부잣집 상연은 늘 남탓이었다. 어머니탓, 오빠탓 그리고 은중탓. 좋아하는 이성이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있음에도 포기하지못하는 이유는 은중에 대한 자존심,
“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진정한 친구 한 명은 천 명의 적이 불행하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행복하게 해준다란 말이 있다. 반대로 나쁜 친구 한 명은 다른 천 명이 만든 행복이상으로 불행을 느끼게 해준다란 말과 같다.
너무 좋은 친구와 너무 나쁜 친구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마지막 순간을 지켜주는 친구, 내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않을 친구, 그런 친구가 있다면 다행이다. 반면 내 소중한 것을 앗아가는 친구, 나의 영혼을 탈탈 터는 친구, 그런 친구가 없어서 또 다행이다. 드라마는 은중이 상연의 마지막을 동행해주지만 과연 전자였을까 후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