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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명당찾기

by 유원썸

분양사업을 하는 지인을 따라 원주에 다녀온 기억이 있다. 좋은 땅이 있다는 말에 솔깃한 나들이였다. 앞은 물이요 뒤는 산이라, 배산임수는 곧 명당이라, 청산유수같은 지인의 말을 듣자니 온 세상이 다 내 것이요 재물이 넝쿨째 들어 올 그런 기분이다.

그러나 세상을 가지기엔 내 주머니가 허락치않아 귀경길은 서먹서먹하였다. 삼대가 흥할 명당차지가 어디 쉬운가라며 서로의 생각을 달랬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아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를 여행하였다. 명당은 놓쳤지만 지정면에 위치한 .소금산 산악보도교.란 출렁다리만큼은 서둘러 봐야겠다싶었다. 소금산은 작은 금강산이란 뜻이라니 그 장관과 기세가 오죽 대단할까, 안대를 끼고 출렁다리를 청소하던 연예인이 나온 프로그램을 보니 더 미루고싶지않았던 차였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파란색은 100미터, 노란색은 400미터 길이며 높이가 자그만치 100미터에 달한다. 강원도여행 100선에 뽑힐만큼 규모와 장관도 대단하지만 이것을 완성하기까지 계획부터 진행 모든 절차가 얼마나 아찔했을까. 사람이 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대단하다. 이 좋은 구경을 해 준 관련기획자들은 분명 삼대가 복을 받겠구나.

소금산을 오르기 위해 꼭 건너야 할 출렁다리, 멀리서 볼 때는 만만해보이더니 막상 출렁거리자 살짝 겁이 난다.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나서야 용기를 내본다.

중간에 멈춰 서서 저 아래를 내려다 봄 후덜덜덜에 누군가 내 발목이라도 잡을 듯 오금이 저린다. 얼른 시선을 고쳐본다. 날이 좋아 그런지 원주의 모양새가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온다. 두 손과 두 다리가 출렁다리에서 출렁출렁이다.


지인이 소개해 준 곳만 명당이 아니었다. 내 눈으로 보고 걷고 오르는 모든 장소가 명당이다. 쉬엄쉬엄 읽는 좋은 문구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계단을 오르내림도 감사했다. 후덜거렸던 두 다리를 뻗고 아무데나 앉아 방향없이 부는 바람을 느껴보았다. 산은 이상한 힘이 있다. 내가 힘든만큼 내가 겸손해진다. 높을수록 나는 더 낮아진다.


내친 김에 원주8경의 하나인 용소막성당을 찾았다. 1898년 초가집으로 시작된 고성당이다.

“철마가 지나 갈 자리니 저 아래에 지으시오” 지혜로운 노인의 이 말에 원래 자리에서 백 미터쯤 내려 와 지어 진 성당이라고 한다.
150년 전에 지어 진 성당 옆 보호수인 느티나무가 있다. 그의 나이도 150년이다. 둘은 작은 돌, 작은 묘목으로 시작해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늙어가고 있었구나. 느티나무도 신앙인들의 수 많은 기도를 들었으니 반은 성직자겠다.


원주여행즈음 나의 딸은 재수생이었다. 두 번의 실패는 어미인 나도 두렵다. 아무에게나 매달리고싶은 마음인지라 나는 바로 무릎을 끓고 기도했다. 여느 부모든 자식앞에서는 루저다, 꽃길까지는 아니어도 부모가 걸었던 길보다 편한 길을 걸었음싶으니 기도는 끝도 없이 길어진다.

서양에서 온 신부님들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었을텐데 그들을 바다 건너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나라로 보냈을 부모님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가늠도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차마 성당안은 들어가기가 주저된다. 지키고 말리는 사람은 없지만 이 곳, 오랫동안 사랑과 헌신, 교제의 터였던 이 곳에서 그저 내 자식이 원하는 대학을 꼭 들어갔음, 내 자식이 경쟁에서 이겼음싶은 욕심가득한 내 기도가 왠지 ‘누’가 될 것 같았다. 성당주위를 한 바퀴, 두 바퀴, 여러 번 돈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오래 된 건물이 주는 권위와 주변경관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용소막성당은 여행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감사할 기회를 주었다.


명당은 자리가 아닌 마음이겠다. 뒤에는 든든히 받쳐 주었던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는 내가 사랑해야 될 사람들, 뒤는 부모님이나 어른들이겠고 앞은 내 자녀, 가족, 친구들, 이웃들이라고 할까

삼대가 복을 받는다는 명당자리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으로도 구할 수 없는 명당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삶, 그 세상이 곧 명당이다.

오늘은 원주 8경중 겨우 두 곳을 지났다. 명당 두 곳을 본 셈이다. 한 곳은 나를 위해 채웠고 다른 한 곳은 남을 위해 채웠다. 남은 6경은 아주 천천히 아끼면서 찾아보련다. 명당 찾기가 어디 쉬운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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