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두 마리 개
8번 종점에서 내려서 커다란 느티나무를 끼고 한 오분쯤 올라가면 바로 우리집이다.
늘 다니니 길이었고 꾸준히 오르는 오르막이었다.
눈이 내리면 미끄러워 설설설 기어다녔지만 한 번도 불평해본적이 없다.
이유는 그래도 우리집이 좋으니깐?
어머니의 집에 대한 집념은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완성되었다.
주인집아주머니가 내앞에서 일부러 수건을 털거나 사소한 텃세, 쪼잔한 어기짱을
놓는 것을 어머니는 약올라하셨는데 그 때문인지
방 두개에서 방 세개로 드디어 방 네 개에 푸세식이 아닌 수세식실내화장실이 있는
우리집으로 입성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울안 내 집마련이 그 당시에는 지금과 비교함 수월했던 모양이다.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들으시면 헛웃음이 나오시겠지만
적어도 지금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아무튼지 커다란 대문이 있고 쪽대문이 있고 차임벨이란 초인종이 있던 그 집은
내가 살던 주택중 최고였다.
넓은 정원과 푸른 잔디에 연못이 있었고 노란 니스가 번지르르 발라진 넓은 방에 실내화를 신고 들어가는 부엌, 다이닝룸이 있었으니 그렇다.
어릴 적 대궐같던 그 집은 10.26사태가 나면서 남의 집이 되었으니 마지막 호사라고 할까?
한창때의 어머니는 연못에 물고기를 키우셨다가 잔디로 메꾸셨고 미니 새장을 만드셨다.
우리집이긴하나 아버지도, 형제들도 모두 집안가구나 인테리어는 모두 어머니의 몫이었다.
정적인 집에 생명체, 그것도 천방지축 나내는 두 마리의 개와 고양이까지 등장한 것도 온전히 어머니의 결정이었다.
한 마리는 똥개, 복실이,
또 한마리는 진돗개, 진순이
똥개인 복실이가 단연 예뻣다. 사람눈에만 이쁜 게 아니었다.
문을 열어놓으면 이웃집개인지 동네 떠돌이개인지 숫놈들이 들어왔다.
똑똑한 진순이는 거들떠도 안보는데 복실이주변에는 숫캐들이 득시글거렸다.
몇 달 뒤 복실이는 똥개같지않게 딱 한 마리를 출산했는데 너무 어려 낳아그런가
모정은 커녕 젖도 먹이지않아 어린 강아지는 눈도 뜨지못하고 죽어버렸다.
그 강아지를 집안 어디엔가 묻어주었는데 이상도 하지 함께 키우던 고양이가 비명횡사하더니 다른 고양이를 데리고 와도 얼마 후 죽는 일이 이어졌다.
아무튼지 복실이의 첫 출산은 실패였지만 두 번째 임신과 출산은 대박이었다.
한 번에 여덟마리, 복실이는 최선을 다해 새끼를 줄줄이 낳았다.
한 밤중에 낳았는데 모두가 잠든 시간, 어머니만 그 낑낄소리를 들으셨다.
새벽이지만 형제들이 다 일어나 복실이의 출산을 응원했다.
첫 출산때와는 다르게 열심히 젖을 먹이고 핧아주고
어떻게 동물들은 배우지도않은 출산과 양육을 할 수 있을까
여덟마리강아지는 꼬물꼬물 집안에서 금이야 옥이야로 키워졌다.
그사이 진순이는 여전히 독신, 아무리 문을 열어놓아도 숫캐들이 다가오지도 쳐다보지도않았다.
집안 모든 일에 결정권자이셨던 어머니는 어느 날 한 마리의 개만 키워야한다고 하셨다.
어머니의 선택은 복실이가 아닌 진순이.
느글느글한 눈빛의 개장수가 복실이를 선택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태어 난 처음으로 생이별이란 감정을 깨달았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새장의 새들에게 사료뿐아니라 쉬지않고 쏟아내는 배설물도 어머니의 몫
개똥도 그렇고 개밥도 그렇고
잔디관리, 집안살림, 빨래며 밥이며 집안대소사에 여섯 자녀들의 뒤치닥거리까지
사람부터 동물 모두 온전히 어머니손안에 있었다.
참, 대단하신 전업주부, 어른이 되면, 엄마가 되면 당연히 쉽게 해낼것같았던 집안일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우고
화분하나,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면서 깨달았다.
그 시대 어머니들이 대단하셨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