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머니들, 아이들 도시락싸는 게 왜 싫으십니까?

by 유원썸

요즘 학생들이 불쌍하다란 생각이 여러 번 든다


공부양이 보통 많은 게 아니야

수학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학원은 왜 그렇게 일찍 시작하는지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고

인서울은 더더욱 어렵고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어렵고

취직해도 결혼이 어렵고

결혼해도 집장만이 어렵고

그렇게 경쟁속에 키워진 자신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또 자녀에게 똑같이 학원, 공부,...


우리연배들은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 요즘 태어났음 난 대학도 못들어갔어." 라고


요즘 아이들이 부러워할 만한게 한두개가 아니다.

학교끝나면 떡볶이를 먹으러 다니고

학원이 없으니 학교수업후는 자유다

학교생활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할 건 다 했다

운동회, 합창대회, 바자회,

그리고 3교시에 도시락 까먹기


집에서 늘 먹는 밥에 반찬이지만 친구들과 먹는 도시락은 소풍이다.

" 니네 엄마 계란후라이 두 개나 해주셨네 이건 내것"

친한 친구는 아예 내 몫으로 한 개를 더 해오기도 한다.

" 니네 집 감자반찬, 맛있어. 내일 또 싸와"


그 와중에 신문지에 돌돌 싼 도시락의 김치가 새기라도 하면 김치냄새가 대단하다

그래도 누구하나 흉보는 사람이 없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으니 그러려니한다.


숟가락을 가지고오지않은 친구가 있으면 본인은 젓가락, 친구는 숟가락을 빌려주었다.


공부도 평준, 반찬도 평준화다.

멸치볶음, 감자볶음, 짠지, 김치볶음, 덴뿌라(오뎅)

좀 산다싶은 아이들은 비엔나소세지를 싸왔다.

친구들에게 뺏기지말라고 했는지 뚜껑을 닫고 먹는 아이도 있었다.

치사하게 혼자 먹을 거면 같이 먹지말아야하는데 말은 안해도

빈정이 상한다.

그 때 우리도 반찬을 가렸는지 야채는 거의 싸오지않았다.


3교시부터 까먹은 도시락,

4교시에 들어오시는 교사들은 창문열어라가 단골멘트다.

3-4시까지 배고픔을 견디는가하면 아니다.

담벼락으로 달려가면 건너편 가게아저씨가 우리를 기다리고있다.


사발면이요

김밥이요

군만두요


김밥엔 당근과 단무지가 다지만 짭쪼름한게 지금의 마녀김밥과 같다.

몇 번이나 튀겼던 기름에 또 튀겨서 쩐내만 안났지 딱딱한 야끼만두에 사발면,

담벼락에 기대어 후루룩 먹으면 세상 부러울게 없다.


고학년이 되어서는 교사들의 성품에 따라 수업시간에 먹는 경우도 있었다.

책으로 가리고 선생님이 칠판을 보면 그 때 한 숟가락

선생님도 모를리없다.

그냥 봐주었던거지


엄마의 도시락은 늘 같은데도 기대가 되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고등어가 있었네란 산울림의 노래 연령은

우리같은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정도가 아니었을까


생선을 반찬으로?

말도 안된다.

고기를 반찬으로?

구경해본적이 없다.


어머니들은 한 개도 아닌 두 개의 도시락을 싸면서 얼마나 고민하셨을까

도시락의 삼분의 이는 밥이니 딱 빈칸만 채우면 되는데도 뭘 싸줘야하나....

야채도 안되고 고기는 없고 그러니 늘 감자에 오뎅과 멸치 그리고 김치다.


식은 밥에 어제 먹던 반찬인데도 친구들과 함께 먹으니 학교시간내 제일 기다려지는 게 점심 도시락깔때다.


어머니가 지방으로 내려가셔서 나 스스로 도시락을 싸야할 때가 있었다

반찬은

벼르던 비엔나소세지.


며칠 지나니 그것도 시들, 지금처럼 조미김도 없고 몇 분이라도 더 자는 게 소원인 때니

도시락이즈뭔들, 반찬이즈뭔들이 되었던 것같다.





나의 자녀는 학교급식을 먹었다.

현장학습날은 도시락을 싸주었다.

김밥과 유부초밥, 간식이 다였지만 소풍에 들뜬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의 아침은 꼬다리김밥을 먹느라 입이 미어터질지경이었다.


자녀가 임원일경우 선생님들의 도시락을 준비해야했는데 인근한 아파트상가의 반찬집을 이용했다.

나와 다른 임원은 골뱅이무침과 봄동부침을 직접 준비했는데

선생님들이 침을 흘렸던 게 기억난다.

" 직접 하셨나봐요"

00아파트상가에서 다들 사 온 도시락은 찰밥에 나물과 고기였으니 우리 메뉴가 특별해보이긴했었다.


고학년이 되니 김밥은 말고 돈을 달란다. 햄버거도 사먹고 편의점음식이 너무 먹고싶단다.

동네 김밥00은 현장학습날 빈 도시락을 들고 기다리는 엄마들의 행렬이었다.

아마도 그즈음부터 도시락을 귀찮아여겼던 것 같다.


학교 조리사들이 파업을 하면 엄마들은 난리난리 날리다.

갑작스럽게 어떻게 도시락을 싸느냐라고 아우성이다.

도너츠에 우유가 나왔다면 화를 내기도한다.


개인적으로 때는 이때다라고 도시락을 싸줄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우리들은 싸줄 수있지요 그런데 맞벌이는 어떡하고 부모님이 안계시면 어떡해요"

라고도 말하는 학부모를 보았는데 왜 한 개만 싸지, 두 개나 넉넉하게 싸면 안되나....

잔소리가 하고싶어진다.


나의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반찬은 나만을 위한 게 아니었다

"엄마, 친구가 이거 맛있대."

" 그래? 내일도 그거 싸줄까?"

여전히 기억나는 내 어머니의 반찬, 그리고 친구어머니의 반찬


도시락은 사랑이다. 기억이다. 추억이다.


한 달에 한 번, 도시락 먹는 날이 있었음좋겠다.

그래야 아이들도 어머니의, 친구의 어머니반찬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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