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야! 도둑잡아라!
지금은 몇 개의 번호를 누르면 찌리리하고 열리는 도어락시대,
어쩜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았을까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남의 벌이와 아이디어는 아차싶다.
부모님슬하에 산동네에서 살 때 우리집에는
검은 피아노가 있었다.
산동네에 피아노
가난한 동네에 tv가 있는 집도 우리집이 그 하나였고
검은 피아노는 우리집이 유일했다.
한 마디로 용의 꼬리가 아닌 뱀의 머리라고할까?
온 집안 식구가 커다란 방에서 다같이 잘 수 있을만큼 큰 방으로 기억된다.
검은 색 피아노도 뜬금없지만 여섯아이들이 쑤왈락거리는데도 그 흔한 기스하나 없었다.
tv에 도르륵 잠금문이 있듯이 피아노도 그랬다.
커다란 피아노보와 피아노열쇠였다.
분명 재주있는 손위 형제를 위한 것이었을텐데 피아노는 아무때나 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피아노에도 열쇠구멍이 있었기때문이다.
물론 열쇠는 피아노의자안이지만!
피아노와 tv가 있는 집은 산동네에서 방구좀뀌는 집이니 숟가락 하나라도 훔칠 게 있어보였는지
한 날, 도둑이 들었다.
모두들 먹고 사느라 바빴기에 정신없이 잠들었을 무렵 어머니가 소리쳤다
" 거기 누구여?"
어렸던 나는 잠결에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 정체를 보진못했다.
다만 다음 날 아침 온 가족의 밥상머리에서 간 밤에 왠 남자가 들어왔다가 피아노뒤에 숨었다가
어머니에게 발각나자 도망갔다란 카더라였다.
무엇하나 훔치지도못하고 피아노뒤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도망쳤던 그 "누구",
분명 무서운 것은 도둑이 아닌 도둑든 집일텐데 본인이 더 놀래서 줄행랑, 요즘같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집에는 가지고갈만한게 없었다.
덩치 큰 피아노, tv, 그리고 식신여덟이 있었다. 도둑이 아무리 힘센들 피아노를 들고 날 수는 없잖은가
"거기 누구여?"
아파트건물도 나름 도둑이 들만한 헛점이 다분하지만 단독주택, 연립도 더 허술하다
아마도 그 때 그 시절다큐에서나 봄직한 담벼락
예를 들면 담벼락 소주병을 꺠서 유리조각을 박아놓거나 창살을 올려놓거나 왠만한 어른이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라던가 그럼에도 열경찰, 한도둑을 못막는다고 도둑은 언제, 어디서든 드나들었다.
다만 그 도둑이나 도둑든 집이나 잘 사는 게 아니니 훔칠 게 없다는 게 단점, 보는 눈도 참 없는 도둑이었다.
아무리 높은 벽도 맘만 먹으면 훌렁 넘을 수 있는 게 단독주택,
우리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동네에서는 훔칠 게 없었겠지만 이제는 아랫동네로 내려왔으니 뭐라도 갖고갈만한 그런 집이었다.
구조상 제일 안쪽에 있던 안방창문을 열면 1미터나 될까 다른 집과 붙은 좁은 통로와 벽이 하나 있었다.
그 즈음 우리집을 기준으로 옆집 위에 집, 아랫 집 도둑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산동네보다는 너른 집이긴하나 패물 하나 없고 현금도 거의 없었던 우리집,
덩그라니 집 한 채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도둑이 들었는데 바로 아버지가 주무시는 안방창에 붙은 좁은 벽이었다.
어찌어찌 우리집에 넘어오긴 했는데 무엇때문인지 주저했던 모양이다.
새벽잠이 없으시던 아버지가 인기척에 "거기 누구여?" 라고 큰 소리를 냈더니 바로 후다닥하며 도망가는 인기척이 느끼셨단다.
다음 날, 창문을 열어보니 바닥에 한 가득 쌓여있는 담배꽁초
그 도둑은 담배를 피며 들어갈까 말까 한개피만 더 피고 들어간다. 아니다 한 개피만 더 피고 그러다 아버지의 "거기 누구여?" 소리에 줄행랑을 쳤던 "누구"
다행스레 소주병을 깨뜨려 위협적인 담을 만들지않았지만 심약한 도둑덕분에 도둑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도둑이 들었대"
결혼 후, 맞벌이를 했더랬다.
아이챙기랴 출근준비하랴 아침은 초토화, 저녁이면 아이챙기랴 집치우랴 그런 정신없는 맞벌이즈음이었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기위해 저녁참을 먹고 있는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 있잖아. 우리집에 도둑이 들었었나봐. 집이 난리인데 혹시 서랍을 다 열고 갔어?"
무슨 소리인가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다.
직원들은 '도둑'이란 말에 야근에서 빼주는 배려를 해주었다.
뛰는 듯 달리는 듯 집으로 와보니 현장은 드라마 그자체였다.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려있고 장농문도 그렇고 그나마 깨끗한 곳은 책장뿐이었다.
" 문을 딴 흔적이 없대. 경찰이 왔다갔는데 뭐 없어진게 있는지 확인해달래"
온 집안, 특히 거실과 안방이 쑥대밭이었다.
없어진 게 뭔지 알 수 없었다.
보석도 없고 현금도 없고 다만 몇 장의 상품권은 책 사이에 꽂혀있었는데 도둑이 차마 거기까지는 생각못했나보다. 그대로있는 상품권, 아무리 베테랑도둑이라도 수 백권의 책사이에 꽃혀있는 상품권은 절대 못찾는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집, 맞벌이인 집, 여자나 남자가 잠이 많은 집,
정리가 안 된 집은 도둑도 정신없다.
도데체 뭐가 어딨는거야? 이 집 이미 털린 거 아니야??
아무것도 잃어버린 게 없지만 놀란 가슴은 진정이 되지않는다.
모두 나가있을 때 들어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훔치고 있는데
-그 놈이 집안에 있는데
-그 놈이 문을 열고 나가는데
-나와 아이만 있는데
여러 상황이 상상되니 소름이 끼쳤다.
"열쇠를 잠궜어? 경찰이 강제로 뜯은 흔적이 없대. 열쇠가 있을리는 없잖아"
열쇠를 잠그는 건 무의식적인 루틴이라 당연히 잠궜겠지라고 말했지만 모르겠다.
아이와 가방을 들메지고 신발은 거의 손에 들다시피 후다닥 나가야하는 아침맞벌이,
열쇠를 안잠궜다고 인정하자 이후부터 생긴 강박증이 있었다.
-잠궜나?
-잠궜지?
-확인
-한 번 더
-혹시 내가 안잠궜나?
엘리베이터까지 가서 다시 돌아와 한 번 더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되었다.
피아노뒤에 숨어있던 누구
안방창문밖에 담배를 피던 누구
열렸는지 열었는지 정신없었던 우리집을 털고자했던 누구
모두들 무슨 맘으로 들어왔을지 오죽하면 남의 것을 훔치려, 그것도 온 가족이 있는 집에 들어가려고했는지
겁이 상실된건지 겁없는 상황인지 모르겠다.
걸리면 도둑이나 도둑든 집이나 피해가 크다.
지인은 출소한지 얼마 안된 강도가 자신의 집에 들었는데 그 지인이 군제대를 갓한 체력이라 순발력이며 혈기가 남달랐다고했다.
강도와 젊은 혈기가 싸웠고 어떤 이유인지 강도가 칼에 찔려 죽었다고했다.
누구하나는 다치거나 심지어 죽는다. 그 위험상황을 인지함에도 도둑질은 한 번 성공하면 두 번이 되는 게 사람마음인지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속담은 여전하다.
거기 누구여
어머니와 아버지의 용기로 '누구'가 살았다.
요즘 도둑이야라고 외치면 아무도 나오지않는단다.
행여 우리집으로 들어올까
행여 그 상황에 엮일까
불이야라고외쳐야 나온단다.
문단속이 답, 집안에 가져갈 게 없는 게 답, 남의 것을 돌보듯하는 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