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대들보'에 대한 이야기 이다
사진/글 @ 한옥을 짓다
프롤로그
그리스 신화 속, 티탄 신족과 올림푸스 신들의
운명을 건 거대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아틀라스는 제우스에게 저항한 대가로 영원히
하늘을 어깨에 지는 형벌을 받았다.
'헤스페리데스의 황금 사과 따오기' 과업을
수행하던 영웅 헤라클레스의 단순한 속임수
('잠시 어깨 좀 빌려주게')에도 쉽게 넘어가는
그의 바보스러움 그리고 쉼 없이
하늘을 지고 있어야 하는 그 우직함.
이는 묘하게도 우리네 한옥의 대들보와 닮아 있다.
대들보는 한옥 기둥 위에 놓여 서까래와
그 웅장한 나신을 드러내며 거주자와 눈을
마주치는 대표적인 부재로 나무가 보여주는 친근함,
들보 자체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멋스러움은
한옥의 상징과도 같다.
집의 중심에서 지붕의 하중을 묵묵히 받아내며
아래로는 가족의 삶을 지켜주는 이 거대한 나무는
집의 물리적 중심이자 정신적 지주다.
그래서인지 선조들은 집을 지키는 신들 중에 으뜸인
'성주신'이 이곳에 산다고 믿었다.
성주신은 집 전체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신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집의 뼈대가 완성되는 날 대들보를 올리며
행하는 '상량식'이나, 성주신을 집안으로 정좌
(모시는)시키는 '성주맞이 굿'은 단순한 요식
행위가 아니었다.
성주신을 봉안하는 ‘성주맞이’(또는 성주받이·성주풀이)와
재복을 비는 ‘성주굿’으로 대별된다.
성주맞이는 집을 새로 지은 후 대주의 나이가 7의 수가 드는 해
10월에 택일해 행한다.
이는 대들보라는 물리적 중심에 신성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거친 자연 속에서 이 집이 무사히 가족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가장 간절하고도 엄숙한
신고식이었다.
이는 미신이라 치부하기보다 집에 대한 경외심과
가족의 평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투영된 문화적 행위였다.
성주신의 신체는 단지나 종이의 형태로 나뉘는데
단지는 성주단지라 하여 안에 벼를 보관한다.
추수를 하고 나면 성주단지 안에 든 벼를 햇곡식으로
바꿔 넣고 옛것은 밥을 하여서 식구끼리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