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 죽음이 아닌 순환을 택하다

천 년의 집을 짓기까지

by 한옥을짓다



본 글은 '대들보'에 대한 이야기 이다

사진/글 @ 한옥을 짓다





제1장.

금강송과 송진이 만드는 천 년의 비밀



집에 쓰인 나무가 그 자체만으로

천 년의 세월을 견딜 수는 없다.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과 쏟아지는 비와 습기,

겨울의 살을 에는 바람은 나무를 온전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래서 선조들이 선택한 '천 년의 방법'은

나무의 불멸이 아니라'순환'이었다.

건물이 지어질 당시의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며

썩어가는 부재를 교체하는 정성이야말로

한옥이 천 년을 버텨온 실질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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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167574252.jpg?type=w1 썩은 기둥의 밑둥을 교체한 사진



대들보가 되기 위한 나무의 여정은

숲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로 소나무를 사용하는데,

그중에서도 강원도 산간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금강송'(황장목)을 으뜸으로 친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금강송의 나이테 간격은

평균 1.8mm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일반적인 평지 소나무(3~5mm)보다

2배 이상 촘촘한 수치다.


이 치밀한 조직 덕분에 금강송의 비중(밀도)은

일반 소나무보다 약 20% 더 높으며, 이것이 수십

톤의 하중을 견디는 대들보의 핵심적인 힘이 된다."


"국립산림과학원'' (한국산 소나무의 재질 및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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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 - 금강송(좁다) / 일반 소나무(넓다)



같은 소나무 종이라 하더라도 비옥한 땅에서

편안하게 자란 나무는 살이 무르고 나이테가 넓어

'대들보'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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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소나무만이 가진 특별한 비밀

'송진(松津)'이 숨어 있다.


건축에서 송진은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내부 코팅재' 역할을 한다.


나무 깊숙이 배어든 송진은 시간이 지나며

단단하게 굳어지는데 이것이 빗물이나

습기가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천연 방수막이 되어

나무가 썩는 것을 방지한다.



더 놀라운 것은 송진이 주는 구조적 힘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송진이 가득 찬 심재는 일반 목재보다 밀도가 높고

응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EB%93%B1%EB%B6%84%ED%8F%AC%ED%95%98%EC%A4%91.jpg?type=w1 대들보가 하중에 버티는 힘 / (응력)


마치 콘크리트의 틈을 메우는 경화제처럼,

굳어진 송진이 나무 조직을 단단히 붙들어주어

수십 톤의 지붕 무게를 버티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붉은 빛이 감도는 황장목(금강송)이 최고급

대들보로 쓰이는 이유도 이 송진이 가득 차 있어

천 년을 버티는 강인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전통 건축 부재의 수종 분석 및 보존 방안 연구)



20210927%EF%BC%BF140421-fotor-20260106125456.png?type=w1 금강송 / 송진이 나무 전체에 고르게 분포 되어 있다.



모진 바람을 견디며 천천히 자란 나무라야 비로소

집의 척추가 될 자격을 얻는다.

베어낸 나무는 치목장에서 비를 맞고 바람을 쐬며

스스로 수분을 뱉어내고 살을 조이는 과정을 거쳐

건축 재료로서의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그래서 목수들은 나무에 벌레가 들지 않도록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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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소 풍경(새마을제재소)



시중에 도는 낭설들/



흔히들 나무는 그늘에서 수년간 건조해야 틀어짐과

갈라짐이 덜하다고들 말하지만 현실은 다른듯 하다.



귀고주(귀기둥, 건물 모서리에 있는 높은 기둥) 4개 중

3개가 부러져 있었고, 나머지 1개도 부러지기 직전의

심각한 상태였다.


이러한 파손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추녀의 변형(틀어짐)과 하중 불균형'이 지목되었다.


문화재청 (근정전 수리보고서) /



근정전은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건(1867)되어

2000년대에 수리를 마쳤다. 수리보고서 내용은

100년이지나도 나무는 틀어진다는 말과 같다.



또한, 집 한 채 (25평기준)에 들어가는 나무의 량은

보통 컨테이너 7~10대 분량에 달한다.


이 방대한 양을 수년간 건조하고 관리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에 따른 경과 비용 등을 생각한다면

시중에서 떠도는 얘기가 현실성이 있을까?



20230216_135643.jpg?type=w1 서까래 적재장
20230221_114637.jpg?type=w1 대들보 치목장


부재를 다듬는 공정중에 나무의 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뒷면에 홈을 파는 '배를 따는'

과정 역시 목수의 오랜 지혜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홈을 낸 부분으로 수축을 유도하고

전면부의 터짐을 막는다고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마주하는 나무의 변화는 이러한 이론적 계산을

비웃듯 제각각의 결대로 움직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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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막이 홈 도면



홈은 틀어짐을 막기 위함이 아닌 바람이 들어

오지 않게 서로 접하는 부재의 아래 위에 홈을 내고

쫄대를 대기 위한 작업이다.




결국 한옥 건축은 나무의 성질을 완벽히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를 인정하고


함께 늙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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