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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ve more Feb 03. 2019

삐딱선

명절이 왔다.

또 먼길을 달리고 있다. 가다 서다 반복하며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타이밍에 시아버지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한테 하는 소리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내게도 섭섭한 소리가 흘러들어온다. 빨리 왔으면 하고 기다리는 마음에서 괜히 하는 소리인 줄 알면서도 울컥하는 마음에 스피커폰에 두 부자 통화에 난입했다.


“아버지 가고 있어요. 가고 있는데 왜 말을 그리 하세요” 했더니 딴청 피우시며 조심히 오라신다.


어제 친정집에 있는데, 우리 아빠가 그랬다. 독립한 남동생이 출발했다더니 아직이냐며 유난이다 싶었는데 딱 같은 종류의 투정이다.


뜨끔 따끔하셨으리라.

다행히 나의 시아버지는 보수적인 척하시지만 주방에서 며느리 눈치도 보고 설거지도 하신다. 당연히 해야지 하시지만 뒤로 용돈을 쥐어주시는 분이다. 난 시아버지가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걸 괜히 삐죽거렸나 하고 후회가 밀려왔다.


명절이 오면 난 삐딱선을 탄다. 그게 그 의도가 아님을 알지만 난 온몸에 가시가 돋는다.


“서둘러 내려가라, 미리 가서 음식 장만해야지” 아빠 말에는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쏴 붙인다.

내가 사랑하는 외할아버지가 손주 사위 듣기 좋으라고 나한테 괜한 소리를 하신다. “네가 가서 잘하라고” 그럼 또 나는 싫다 한다. 할머니가 평생 시집와서 이 집 차례상을 차리는 게 맞냐고 할아버지에게 따박따박 쏴대면 우리 할아버지는 네 말이 맞다며 껄껄 웃어주신다.


어제저녁에는 남동생의 결혼 이야기가 오고 갔다. 우리 집에서도 별 수 없이 아들 결혼시키는 입장과 딸 결혼시키는 입장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남동생의 여자 친구가 가끔 인사차 들렀을 때 나는 기를 쓴다. 밥은 나가 먹자 외치고, 혹 다과라도 내올 때면 엄마 근처에 기웃기웃 애쓰는 이 친구를 보면 내가 주방 가득 차게 번잡을 떤다.


‘원래 우리 엄마도 그렇게 살아왔어 이 따위 말은 용납이 안 된다. 제이디’

기꺼이 할 수는 있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난 또 이렇게 조용히 전투태세를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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