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 다듬기
독립서점에 갔을 때 눈에 띄어 사온 책이 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20년 넘게 교정, 교열 일을 한 김정선 저자의 책이다.
내가 쓴 글, 내가 다듬은 문장들
책을 읽고 내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1.
그리고 우리가 함께했던 꼬꼬마 시절 멜번 이야기는 직원의 카페 영업 종료시간이라는 공손한 안내가 있고 나서야 끝이 났다.
> 멜번에서 함께 보낸 시절 이야기는 카페 영업이 종료된다는 직원의 공손한 안내가 있고 나서야 끝이 났다.
내가 습관처럼 쓰는 ‘그리고’는 삭제했고, (p188)
동사 과거형 ‘-던’은 현재형으로 바꿨다. 한 문장의 과거형을 두 번 쓰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p175)
2.
그날 아침,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순간에도 나는 외딴섬에 서서 오롯이 그 무게를 헤아려야 했다.
> 승진 발표가 있던 월요일 아침, 많은 축하를 받으면서도 나는 외딴섬에 서서 오롯이 책임감의 무게를 헤아려야 했다.
그, 이, 저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 그놈의 ‘그’ 지우기 (p160)
3.
구글의 당뇨성 망막병증 진단시스템을 통해 의료 소외 지역의 환자들의 병을 진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사가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 진단에 대한 정확성은 더 올라간다.
> 구글의 당뇨성 망막병증 진단시스템은 의료 소외 지역의 환자들의 병 진단에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은 의사가 내린 진단은 그렇지 않은 의사보다 더 정확하다.
정확한 표현을 두고 편하자고 쓰는 ‘-에 대한’, -대한은 빼버려도 그만일 때가 많다. (p63)
4.
처음에는 할만하구나 싶었는데,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있다.
> 처음과 달리 점점 어려워졌다.
의미 없이 쓰이는 ‘있다’, ‘있었다’를 삭제했다.(p44)
덜어낼수록 좋은 문장이 된다.
내 문장에는 뭉뚱그려 쓰는 게으른 관용어구, 습관처럼 쓰는 접속사,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표현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책을 읽는 내내 뜨끔했다. 글 써내려 가기가 더 조심스러워졌지만 잘못된 글쓰기 습관을 고치고 덜어내는 연습 해보기로 했다.
글을 쓸때면 두고 두고 펼쳐볼 수 있는 책이다.
내 문장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