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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 떨림

여태 그래왔지만, 이제는 달라야 한다

by 그냥 써 봄

시작은 늘 설렌다. 배움의 여정은 더욱 그렇다. 새로운 기대와 떨림이 함께 한다. 첫 시간, 어딜 가든 자신을 소개하게 된다. 그 순간의 긴장과 떨림은 예나 지금이나 허둥댄다. 그 떨림을 즐기려 애써 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 시간이 지나고 첫 수업을 마치면서 단단한 각오와 함께 희망을 품는다. '이번에는 해내고 말 거야'하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지만, 늘 그 자리다. 여태 그래왔다. 이제는 달라야 한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는 내 안에 아우성이 울려 퍼진다.


'처음 그 떨림'은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 하얀 손수건을 접어 그 위에 이름표를 달고 웅성거리는 큰 운동장에 선 8살 시골 소녀에게 설레는 떨림으로 다가왔다. 그 경험은 첫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도, 첫 손자가 입학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처음, 설레는 그 떨림은 멈추었다.

이제 다르게 다가온다. 다른 그 떨림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불안이다. 성인이 되면서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는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새롭게 악기 하나를 배워도 잘할 수 있을까, 뭐든 시작할 때마다 의문과 불안으로 시작된다. 갈수록 자신이 없어지는 건지, 새로운 것에 관한 두려움인지 그 감정을 아직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남들은 다 용기 있게 잘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여기서 의문과 불안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첫 사진 수업이 있는 날, 나를 믿고 '처음 그 설렘'의 떨림을 떠올리며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용기를 내고 질문도 했다. '처음 그 떨림'의 감정을 기억하고 고요하게, 느리게, 꾸준히 나만의 속도로 몰입해 보자. 명확하게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며, 두려움 없이 나선 자리에서 당당하게 불안을 거두자 하고 마음을 다독였다.


행여, 나선 자리에서 실수할지라도 그 실수마저 수습할 수 있도록 실수를 함께 준비하자.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실수를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뻔뻔함이 당당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실수조차도 학습하자. '처음, 그 떨림'이 당당한 설렘으로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처음 그 설레는 떨림의 희망처럼.


첫날 첫 시간은 마음을 추슬러 호기심을 가지고 즐겁게 학습했다. 다음 수업이 기대된다. '이제 처음이 불안하지 않고 당당하게 익숙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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