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 봄날의 숨결

병산저수지 개울가에서 추억의 봄을 마주하다

by 신중년의 일상

4월 봄은 벌써 연초록 잎이 자란다. 오롯이 맞이하고 싶었다. 연초록 잎은 꽃보다 더 설레게 한다.

봄은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연초록은 마음을 흔드는 순간이 있다. 초록이 짙어지기 전, 이제 막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 연초록의 빛을 마주할 때다. 그 여린 색은 가슴에 스며들어 잊고 지내던 감각을 깨운다.


며칠 전 화창한 오후, 부산 정관읍에 위치한 병산저수지를 찾았다. 저수지 둘레길에 들어서자 나를 맞이한 것은 눈부신 햇살아래 싱그럽게 자란 연초록 잎이었다. 그 풍경 앞에서 문득 어린 시절의 투명한 기억, 버들강아지 피리불던 추억이 떠올랐다.



저수지 아래 개울가에 선명한 연둣빛 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지들이 미세하게 떨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보이지 않는 계절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자연과 내가 하나로 이어지던 순간이었다. 지금의 병산저수지 아래 개울가의 봄도 그때처럼 바람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변한 것은 시간일 뿐, 봄의 감각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버들피리 불었던 기억까지.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었다. 고요 속에서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물처럼, 우리의 삶도 저마다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병산저수지에서의 보낸 시간은 벚꽃을 보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어린 시절 연초록의 봄을 깨우는 시간이었다.


마음 한편에 연초록 숨결이 느껴졌다. 그 기억은 지칠 때마다 꺼내는 위로였다.

오늘도 병산저수지에서 만난 연초록은 부드러운 숨결로 나를 다독이는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