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임신을 알게된 순간부터 제일 궁금했던 건 아무래도 성별이 아닐까.
남편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성별이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에 나오는 성별 구분법이란 구분법은 전부 찾아보았다. 중국황실달력법, 심장소리, 첫 초음파 사진의 모양, 입덧 증상 등등..
이 모든 것이 축복이는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도 남동생 하나인 아들 둘 집안이라 더더욱 확신을 가졌다. 아들이라는 확신을 가지자 마음이 좀 편해졌는데 만약 딸이라면 과보호하는 부모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들이면 밤늦게 돌아다녀도 걱정이 덜 할 것이다. 학교생활도 좀 덜 걱정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나도 남편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당연히 아들일거라며 성별을 알아보러 간 날. 의사선생님은 '엄마 닮은 것 같아 보여요. 자세히는 아직 잘 안 보이네요.' 라는 충격적인(?)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든 생각은 옷값 많이 나가겠구나, 였다. 아들이라면 아무 옷이나 물려입히고 좀 아껴서 키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자아이라니 엄마의 로망을 실현하면서 살겠군, 하는 생각에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2.
유튜브에 보면 젠더 리빌 파티가 있다. 해외에서 시작된 성별을 가족, 친척들에게 알리는 파티인데 임신 소식부터 서프라이즈가 없었던 나는 이번엔 남편과 둘이서 소박하게나마 축하를 하고 싶었다. 병원에서 돌아가는 길에 다이소에서 예쁜 여자아이 풍선과 분홍색 풍선을 사서 한쪽 벽에 예쁘게 붙여두었다. 남편이 퇴근해서 오면 바로 보일 수 있도록. 성별이 궁금했던 남편은 열일을 제쳐두고 집으로 칼퇴를 해서 왔다. 예쁜 꽃다발과 함께.
남편도 아들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어서 풍선을 한참 쳐다보다가 '딸이야?' 라고 눈이 휘둥그레 해서는 묻더니 어떡하냐,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더니 딸이면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학교도 전부 데려다줘야 하고, 밤늦게 돌아다니면 너무 걱정되고 등등 벌써부터 안해도 되는 걱정을 쏟아냈다.(사실 아들이어도 똑같다) 그러면서 표정은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다. 딸이라니. 우리는 진작부터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무의식적으로는 딸을 바라고 있었던 것도 같다.
우리는 얼른 사진을 찍어 시댁에도 보내고 친정에도 보냈다. 첫 딸은 다 가진 것이라며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이렇게나 축복받는 우리 딸 덕분에 밥 안 먹고도 배부른 순간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