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차 — 지긋지긋한 민원, 오늘도 무너지다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 수면제를 먹었음에도 자다가 계속 깸. 아침에 기운이 없어서 머리 감다 주저앉을 뻔함.

낮에는 몹시 졸림. 뇌가 꺼지는 느낌이 수차례 옴.


아…

바보야, 정말 바보야.


지난주에 병가 진단서를 받았을 때

그냥 바로 들어갔어야 했어요.


괜히 ‘일주일만 더 버텨보자’고,

기특한 척, 애쓴 척 용기를 내봤지만,

결국 오늘도 무너졌습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영혼의 마지막 힘까지 짜내고 있는데...

오늘도 무서운 민원이 터졌습니다.


올해부터 맡은 새로운 사업은

‘어린아이’, 아니 정확히는

‘어린아이의 부모’를 상대하는 일이에요.


우리 애가 어쩌고, 우리 애가 어쩌고...

공지사항은 안 읽고,

규칙은 안 지키고,

모든 기준은 ‘내 아이’ 하나뿐.


전화기를 먼저 들고,

항의부터 하고,

‘당신 따위가 뭔데?’라는 기운을 뿜어냅니다.


하루에도 몇 통씩 이어지는 그런 통화를 하다 보면

정말이지, 영혼이 유린당하는 기분이에요.


그들의 말은 칼이 되어

속을 후벼 파고,

언젠가 실제로 해코지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통화조차 녹음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을도 아니고,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

‘계’,

아니, 그냥 공기 중을 떠도는 먼지 같은 존재예요.


무섭습니다.

이런 학부모도,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날 아이들도.


정말 부탁이에요.

우리, 상식적으로 살면 안 될까요?


아이 숙제, 대놓고 도와주는 게 아니라 대신해주고,

불법으로 클릭수를 조작해 성과를 높여주고...

그게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되나요?


그런 세상이라면

저처럼 힘없는 사람은 이제 그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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